부천 판타스틱에 푹 빠졌어요.
관객으로 입장하다 자원봉사자 된 박혜진양의 BiFan 사랑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하루 종일 봉사해도 힘들지 않아요.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과 동류의식을 느끼는 걸까요? 관객이 아니라 친구들 같아요.ㅎㅎ”
제19회 BiFan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롯데시네마 티켓부스 앞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려는 마니아들로 붐볐다. 부스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영화와 티켓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중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박혜진 양을 만났다. 

▲ 티켓부스에서 봉사하는 모습

“20살 때 비판 영화제에 처음 와봤어요. 그땐 판타스틱영화가 뭔지도 몰랐고 그저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우르르 개막식장으로 몰려가곤 했어요. 몇 편의 영화를 봤는데 특이하면서도 제 취향과 너무 맞는 거예요. 그때부터 BiFan 마니아가 됐죠.”
서강대 중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며 여름방학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올해가 마지막 자원봉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 휴가도 맘대로 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합니다.”

▲ 티켓부스 전경

부천도 아닌 인천에서 BiFan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그녀를 부모님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 대학 4학년으로 취업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영화에 빠져 매일 부천으로 출근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영화를 좋아하셔서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BiFan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열변을 토했다.
“부천 영화제의 이름이 판타스틱이에요. 일반 상영관에서는 보기 힘든, 그만큼 독특하고 다양한 영화들을 선보인 다는 것이지요. 보편적으로 일반인들이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영화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특정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하고요.”
그녀의 표정에는 판타스틱 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 롯데시네마 내부

열하루 동안 9개 상영관에서 23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자원봉사는 끝나겠지만 관객으로 꾸준히 부천을 찾을 거라 했다. 졸업 후 영화 쪽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져 영화인의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훗날 자녀와 손잡고 BiFan을 보러 오는 나이든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된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가슴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