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유연 선수가 제59회 경기도체육대회 여자 5000m를 맨앞에서 뛰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불렸다. 임춘애 선수 보다 ‘어린 나이, 앞선 기록’때문에‘제2의 임춘애’라는 별명도 있었다. 그가 지난 16일 막을 내린 제59회 경기도체육대회 여자 10㎞ 단축마라톤 35분58초로 1위를 기록했다. 올해까지 3연패. 영광의 주인공은 부천시청 직장운동부 소속 노유연(27) 선수다.

경기도 1위는 사실상 전국 1위나 다름없다. 노 선수는 이제 국내 경쟁자가 없다. 사실상 ‘제2의 전성기’이다. 올해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 5000m, 1만m에서 우승하며 2관왕,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선 5000m 3위, 1만m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0㎞ 단축마라톤을 뛴다면 35분가량이다. 뛰면서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달릴까?

▲ “나중에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면 많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산에 올라서면 정상에 서려 한다. 장거리선수라면 누구나 걸어야 할 마지막 길이 바로 마라톤”이라고 말하는 노유연 선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주변선수의 페이스, 100m 단위로 계산해야 하는 구간 기록 체크, 경쟁 주자의 컨디션 등 정신없이 경기를 치르곤 한다.”

‘제1의 전성기’였던 인천 간석여중 시절의 노 선수는 지금 보다 더 촉망받는 선수였다.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거침없는 정상 질주를 이어갔다. 13년 전인 2001년 전국선수권에서 10살 안팎 차이가 나는 실업 선배를 누르고 800ｍ와 1500ｍ에서 1위를 석권했다. 중학생 신분으로 당당하게 국가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경쟁자가 없는 명실상부한 국내 여자중거리 1인자였다.

당시 노 선수는 4월 종별선수권을 시작으로 이달 소년체전과 KBS대회를 포함, 5개 대회 8개 중거리 경기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8연속 금메달 레이스로 ‘금의환향’만 보였다. 그는 “중거리 종목의 경우 중학교가 전성기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체고에서 종목을 장거리로 바꿨다. 실업팀 서울SH공사 시절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부진의 늪을 헤맸다. 이유는 무엇일까?

“긴 슬럼프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릴 때는 일대일훈련으로 시켜서 하는 습관이 들었다. 성년이 되곤 스스로의 목표를 세워 스스로 운동하는 것을 체득해야했다. 또한 집이 아닌 기숙사 생활 적응도 어려웠다. 고등학교부터는 종목을 바꿨다. 키가 크는 등 골격은 컸지만 거기에 걸 맞는 근력이 붙지 않아서 어려웠다. 결국 연습량을 몸이 흡수를 하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2009년 11월 충주시청 직장 운동부 정호영 선수와 결혼했다. 정 선수는 강원 단양고교 1학년 시절부터 역전마라톤대회 구간 우승을 비롯, 전국체전선발전 개인 3위, 3.1절 단축마라톤대회 개인 3위 등에 입상하는 등 촉망 받는 선수이다.

▲ 아직 신혼인 노유연 선수는 남편에 대해 “가까이 있진 못하지만 서로를 의지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쑥스러운듯 말했다.

결혼 후 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신혼이다. 노유연 선수도 남편도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주말에나 겨우 볼 수 있지만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된 훈련이 기다리기 때문에 긴 연휴가 아니면 신혼집 방문도 여의치 않다.

‘장거리 육상 부부’는 신혼집 보다 기숙사에서 더 오래 지낸다. 긴 연휴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어렵다. 전지훈련이라도 걸리면 “몇 달 동안 얼굴도 못 보다가 경기장에서 보는 경우도 잦다”는 노유연 선수는 결혼 후 바로 2010년 부천시청에 입단, 현재에 이르렀다. 결혼이 심리적 안정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 있진 못하지만 서로를 의지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같은 육상의 같은 장거리 마라톤 선수인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멘토가 된다.”

“아직 운동에 성이 차지 않아 출산을 미뤘다”는 노유연 선수가 ‘長距離 女帝(장거리 여제)’로의 ‘제2의 전성기’를 꿈꾼다. 새로운 종목은 마라톤 하프(21.0975㎞)와 풀코스(42.195㎞). 노유연 선수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인천하프마라톤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는 2위. 내년 아시안게임에는 5000m, 1만m에 도전할 계획이다.

장거리 선수인 그에게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노 선수는 “나중에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면 많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산에 올라서면 정상에 서려 한다. 장거리선수라면 누구나 걸어야 할 마지막 길이 바로 마라톤”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59회 경기도체육대회에서 부천시 선수단은 16개 시군에 겨루는 1부에서 지난해 8위에서 한 계단 오른 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