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되던 어느 여름날, 조용한 사무실로 부천시청 의료급여 사례관리사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셔야 하는 이가명(가명,여)님이 장기간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가정방문을 해보니, 거동이 어려워 외출을 못 해 집안 내부에 배달 음식 용기들로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나갈 수 없으니 쌓이게 되었어요

이가명님은 모와 남동생들이 있으나 지금은 요양원에 있는 모랑만 가끔 연락이 되는 상황입니다. 과거 수녀였던 이가명님은 회사를 다니다가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몇 년 뒤 다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체중이 많이 증가하였고 이는 허리통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버스에서 지팡이가 두 번 부서져서 큰일 날뻔했어요.”

유방암 수술을 한 이후 점차 거동에 불편함을 느끼던 이가명님은 지팡이를 짚고 다녔으나 지팡이가 부러지는 사고 후 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외출을 할 수 없어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게 되고 배달 음식 용기를 버리지 못해 집에 쌓아두게 되면서 집안이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싫어져요

“꼭 다른 사람들이 오셔야 될까요? 제가 몸이 회복되면 조금씩 치울게요.”

이가명님은 집에 쓰레기가 쌓이게 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다고 하셨습니다.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보는 게 부끄럽고 민망해 점점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 정리를 위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날이 점점 더워지는 와중에 집 안 쓰레기를 두면 위생상 위험할 것 같아 이가명님을 설득해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

이가명님에게 가장 급한 것이 집안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라 생각해서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 국민공모제 봉사자분들의 도움을 받아 배출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아침 일찍부터 나온 봉사자분들의 힘으로 쾌적해진 집을 보시던 이가명님의 표정이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밝아 지셨습니다.

이후 한우리봉사회를 통해 도배와 장판 교체를 할 수 있다고 하자 더 이상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하다고 거절을 하셨었습니다.

“쾌적한 집에서 지내야 몸도 빨리 회복되죠.”

그러나 한우리봉사회 회장님의 설득으로 이가명님은 마음을 바꾸게 되셨습니다. 한우리봉사회 봉사자분들의 도움으로 도배와 장판, 전등 교체, 싱크대, 냉장고 및 화장실 청소를 진행하였고 이전의 쓰레기가 쌓여 있던 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이 끝난 후 이가명님의 일상생활 유지와 병원 진료에 도움을 받기 위해 통합돌봄팀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의뢰하였고 부천종합재가센터를 통해 일상생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개선에서부터 마음의 변화까지

“사실 안 좋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약도 모아뒀어요.”

이가명님은 집이 정리되기 이전 마음 한편에서 좋지 않은 생각들이 차오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생각들이 쌓여 가득 차기 직전 이가명님을 만날 수 있었고 사례관리를 통해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도 같이 오셔야 해요. 꼭!”

통합돌봄팀 주무관님과 함께 상담 나갔을 때 이가명님이 해주신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이가명님은 사례관리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소사본동행정복지센터 복지과 양정훈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