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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을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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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09  1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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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인연의 시작]

    2022년 4월 어느 날. 두 달마다 어김없이 내려오는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명단이 중동 맞춤형복지팀에 전달되었습니다.

    최미소(가명)님도 복지사각지대 명단에‘주거취약’사유로 조회된 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례관리자가 최미소(가명)님 집 문을 두드리자 한참 후

    "어떻게 오셨어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과할 정도의 두려움을 동그란 눈에 장착하고 문을 빼꼼히 열었습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련 취지를 설명하자 최미소(가명) 님은 도망치듯 문을 닫으며 말하였습니다.

    “생활이 어렵긴 하지만 말하기 힘드네요….”‘어 이상한데?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조만간 다시 한번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자“아니 됐어요.”라며 매정히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더 이상의 두드림은 최미소(가명)님을 불편하게만 할 것 같아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며 다음을 기약하였습니다.

    [언 마음의 변화]

    중동행정복지센터 인근 교회에서 상품권을 지원해주어‘상품권을 들고 최미소(가명)님을 찾아가서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바로 찾아갔습니다. 대화 도중 침묵하는 간격이 길어지며 주저하며 얘기를 꺼내 힘들어하였습니다.

    [암울한 과거로 돌아가다]

    자주 찾아오는 저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했으나 거부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최대한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어 노력하는 저의 모습이 가상한지 최미소님(가명)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습니다.

    최미소(가명) 님이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지인의 말에 속아 허술한 사업체를 인수하여 경영하다 결국 산더미 같은 빚을 남기고 사망하셨습니다. 모친은 곡기를 끊고 자리에 누웠으며, 빚쟁이에 쫓기듯 세 자매는 학업을 중단하고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최미소(가명)님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지인 소개로 들어간 공장에서 근로하다 유난히 친절한 말을 건네고 본인을 친딸같이 생각한다는 김얼음(가명)님을 만났습니다. 김얼음(가명)은 최미소(가명)에게 새로 시작하는 사업장에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였고 사업장에서 일을 잘하면 따로 사업장을 내어 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공장을 나와 김얼음(가명)의 사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밤늦도록 공장에서 일했어요.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된장도 팔았고, 슈퍼마켓을 운영할 때도 쉬는 날 없이 자정이 넘어서도 일을 했어요. 그렇게 30년을 일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임금을 주지 않았어요. 억울해서 고소하려고 법률상담도 받아봤지만, 근로계약서도 없고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될 것이라고 해서 포기했어요. 그 일만 떠올리면 두통이 심해져서 두통약 15알을 먹기도 했어요”

    최미소(가명)님은 30년간 김얼음(가명)에게 속아 임금체불된 것 외에도 최미소(가명) 명의로 대출과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3000만원이 그녀의 채무가 되었습니다. 속사포로 말을 이어가는 그녀를 보며 왜 그토록 방문을 주저하고 거부했는지, 왜 그토록 타인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다]

    최미소(가명)님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던 두통은 그녀를 자주 주저앉게 했습니다. 두통의 원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저는 긴급생계비 지원금으로 종합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 두통의 원인을 진단해보자고 권유했습니다. 진단명은 “상세 불명의 두통” 뇌 질환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두통의 근본적인 원인을 더 탐색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번에는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자고 권유를 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례관리자의 말에 잘 따라주던 최미소(가명)님이 정신과에는 절대 가기 싫다고 권유를 거부했습니다. 최미소(가명)님 마음의 상처가 신체적인 만성적 두통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례관리사업비로 지원하여 종합심리검사를 받아 보자고 간곡히 권유하였고 진정성 있는 사례관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불안해하는 최미소(가명)님을 위해 정신과 초기면접 및 검사에도 동행하여 최미소(가명) 님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최미소님의 종합검사 결과 지난 과거로 인한 신체화 증상을 겪고 있었습니다. 브리케신드롬(Briquet's syndrom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신체화 증상은 만성화가 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과 검사 결과를 들은 후 그렇게도 망설이던 치료를 시작하였으며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느라 약을 2~3회 바꾸며 고생은 했지만, 성실히 치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노력]

    “최미소(가명)님,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어느 분이 초등학교 졸업도 못 하셨는데 방송통신중학교에 다니고 계세요”

    최미소(가명)님이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다른 분의 사례를 언급하며 말을 넌지시 건네보았습니다.

    “와 그래요?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기대보다 좋은 피드백이었습니다. 기회다 싶어 그분은 최미소(가명)님보다 나이가 많으나 잘 해내고 있으며 최미소님도 잘해 낼 수 있다고 지지하였습니다. 생각은 있지만, 자신이 없다는 최미소님에게 방송통신고등학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고등학교도 있고, 검정고시학원도 있어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많으며 혼자 가기 어려우면 동행하겠다고 하자“한번 해볼게요 ” 결심을 하더니 금세 실행에 옮겼습니다. 최미소님이 학교도 직접 방문하며 등록할 것인지 결정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

    “선생님 됐어요 됐어!!! LH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세임대가 되었다고 하는 거예요.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저도 집 걱정 안 해도 되네요!”

    최미소님(가명)은 김얼음(가명)집에서 더는 버틸 수 없어 집을 나와 언니네 월세방에 얹혀살다가 따로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었는데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여 이번에 대상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최미소님(가명)이 이사한 전세임대주택에 저를 초대하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매우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LH임대주택 보증금도 긴급생계비를 받아 병원 의료비를 제외한 금액을 차곡차곡 모았고 언니들의 도움도 조금 받아서 보증금을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참 성실한 최미소님입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

    “복지사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직도 숨어지냈을 것에요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두통이 왜 왔는지 왜 검사나 치료를 할 생각을 못 했는지 복지사님이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전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저의 집에 처음 오셨을 때 제가 거부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또 오시고 말도 걸어주셨죠? 저를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또 제 마음의 병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2년 4월의 어느 날 만났던 최미소(가명)님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외부 자원을 연계한 것도 아니고, 복잡다단하게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내부환경 개선을 진행한 것도 아니며 대부분 사례관리대상자가 원하는 경제적 지원도 긴급생계비 외에는 지원한 것이 없었던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례관리대상자였습니다. 그러나 13년차 사례관리자로서의 복합적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 속에서도 30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온 최미소(가명)님이 오래도록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이 기대했던 삶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으로 굳어진 지속적인 불안을 충전하며 본인도 어찌해볼 객기 섞인 용기도 내지 못해 삶을 자포자기 하려 했던 분들이 지금도 우리의 곁에서 복지사각지대라는 이름으로 자주 보입니다. 세상과 한 뼘 떨어져 두껍게 세워진 벽 너머 음지에서 여전히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고 손을 잡아줄 도움을 기다리는 또 다른 최미소(가명)님이 많음을 알기에 오늘도 그분들을 찾아 나섭니다.

    미움, 원망, 분노, 절망 그 어떤 것보다도 무관심이란 무서운 형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중동행정복지센터 통합사례관리사 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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