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동 은행단지에 장안공원이 문을 열었다. 간밤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공원 풍경이 황량하기보다는 탁 튀는 청량감을 준다. 이른 아침에 방문을 했는데도 새로 조성된 이 공원에 어르신들의 모습이 꽤 보인다. 

▲ 고강동 은행단지의 새 쉼터 장안공원이 12월 개장했다.

“내가 이 공원이 만들어지고 너무 좋아서 하루에 두 번씩 와. 식전에 와서 한 번 돌고 낮에 점심 먹고 또 와서 이렇게 돌고 운동도 하고 가. 이 공원 만들어진다고 할 때 나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지는 거 보겠나 했는데 이렇게 잘 만들어 놓으니 내가 얼마나 좋은지. 내가 여기를 제일 열심히 다녀”
장안공원 바로 밑에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권수교(86, 고강동) 어르신의 소감이다. 시민기자로 공원 취재를 왔다고 하니 필자 주위로 어르신들이 모여 너도나도 한마디씩을 거든다

“진즉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지. 그래도 부천시가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지”

“여가 없었을 때는 저 서울 호수공원까지 운동하러 댕겼지. 여기가 은행단지 사람들 숨구멍이야”

▲ 자연 친화적인 원목 소재로 꾸민 다양한 어린이 놀이 공간 모습

필자도 새로 조성된 꽤 많은 공원을 취재차 방문했었는데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이곳이 압도적이다. 산림 전체 면적 12만 4127㎡ 중 8143㎡ 면적에 장안공원을 조성했다. 산림의 지형을 살려 산책로와 자연 친화적인 원목 소재로 꾸민 다양한 어린이 놀이 공간,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13개의 다양한 운동기구와 휴게 쉼터, 30면의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화단에는 조형소나무, 팽나무 등 교·관목 21종 2만 4500주, 야생화 50종 2만 1000본이 식재되어 있다. 식재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전체 산림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색깔과 향이 이 장안공원에 가득 채울 듯하다.

▲ 확 튄 산책로와 휴식 공간, 넓은 주차장, 13개의 운동 기구 등이 배치된 장안공원 모습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이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경작 등으로 몸살을 앓던 곳인데 장안공원이 조성되며 주택 밀집지역인 이 지역에 주민들의 쉼터를 마련해 준 것은 물론 그동안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소를 제거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고강동은 부천에서 서울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도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고강동 은행단지는 경인고속도로로 인해 고강본동과 분리된 부천에서는 다소 고립된 곳이다. 구도심 지역인 이 지역은 이러한 고립 문제 이외에도 교통문제, 편의시설 부족과 항공소음 피해를 입는 지역이기도하다. 이런 지역에 이런 장안공원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인터뷰 어르신들의 표현 그대로 나이를 떠나 남녀노소 찾아올 수 있는 은행단지 주민의 ‘숨구멍’을 만들어 진 것과 같다.

좀 늦은 감은 있다. 1986년 11월 성곡도시 자연공원으로 결정됐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무려 36년 만에 이루어진 공원 조성이다. 좀 늦었지만 도심의 균형있는 개발과 문화로 소외되는 지역을 챙긴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부천시는 1단계 공사가 끝난 이곳 은행단지를 작동 군부대 문화재생 사업과 연계해 2차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