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한가운데, 산업현장을 열심히 뛴 사람들을 위로하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부천의 북쪽 끝에 위치한 노동복지회관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섰다. 요양보호사, 청소노동자, 시간강사 등 사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20여 명이 모였다. 산업재해를 안고 일을 하다가 달려온 사람, 지나다가 홍보물을 보고 들어온 길손도 있었다. 오늘 행사 이전에는 무료 심리치유 상담(5회), 취업 동기 강화 (5회)를 마쳤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6개월 무료 헬스도 지원했다.

노동복지회관을 들어서자마자 불 밝힌 소원나무에는 내 이웃의 소원이자 내 가족의 소원 55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소원을 기원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도 소원은 꿈을 꾸는 듯했다.

3층을 오르는 계단 벽에는 계단 갤러리를 만들어 놓아 지역 문인이 발간한 수필집과 지역 화가들의 그림, 복지회관 자서전 쓰기 행사로 발간한 작은 책자를 전시해놓아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행복한 작은 도서관은 부대행사로 꽃다발 만들기와 ‘커피백’ 만들기를 진행했다. 공장 지역이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았고, 그들이 우리 이웃과 어울리며 문화에 적응해가도록 유도해나갔다.

도서관 한편에는 다문화 책장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아이와 엄마들은 꽃다발 만들기와 ‘커피백’ 만들기를 체험했으며, 희망의 문구를 적어 커피향과 함께 음미하도록 했다.

박주연 사서는 “다문화 가정에 맞는 책을 주제별로 선정해 산업현장에 배달도 해주고 있습니다.다. 그 분들은 도서회원 가입하는 절차도 어려워해요.” 지역 특성에 맞는 도서 맞춤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이다.

노동 복지회관 3층에서는 7시부터 다과와 소원이 이루어지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원래는 가족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려고 했으나 이태원 참사로 인해 변경되었단다.

정명순 관장은 “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 모두 행복하게 다녔으면 좋겠다. 복지회관 안으로 들어오면 푸근하게 맞이하니 부담 없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위로의 인사말을 건넸다. 행사에 참여한 산재 노동자, 산재 경험자, 산재보험 미적용자들이 원테이블에 편안하게 앉아 정성껏 마련한 다과를 나누며 형선아 독서 강연자의 ‘나는 기다립니다’ 라는 그림책 이야기에 집중했다. 강연자는 산업재해는 산재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때문에 우리 사회는 빨간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은 첫 행사였다. 이유미 복지사는 산재 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그들의 욕구 파악이 힘들었으며,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산재를 당했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이 자리는 “결국은 가족, 이웃, 친구가 하나라는 점을 느끼기 위한 자리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말을 맞아 부천 곳곳에 따스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부천시 노동복지회관 032-679-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