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과 차담하는 서점지기

원미 어울마당 정문 앞 부근, 과연 그곳에 서점이 있을까? 독립서점이 가능할까? 물어서 찾아간 곳. 그 곳에는 간판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 서점으로 향하는 작은 문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 맞닥뜨린 철문에는 '문을 열고 들어와 몸과 맘을 잠시 녹이고 가세요' 라고 적혀있어 방문자를 반갑게 맞아주는듯 했다. 문을 열자,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 원미동 골목학교

서점지기 박용희 대표(43)는 역곡시장 근처에서 2017년 용 서점을 열었고, 6개월 전 이 곳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이사 왔단다.

지하 40여 평 남짓한 공간에는 잘 진열된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새 책도 있지만 주로 선별된 헌책들이다. 예전에 출판업과 서점 매니저로 일했다는 박 대표의 책을 선별하는 안목과 세련됨이 눈에 띈다. 문학책에서부터 예술 서적, 그때 그때 추천한 책,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 할머니가 수를 놓고 손녀가 글을 썼다는 손바닥 책에 이르기까지 7,000여 권의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책방의 개념이라기보다 서점 공간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박 대표는 세미나실과 작가의 방, 빈티지 그릇까지 구석구석을 짜임새 있고 따듯하게 꾸며놓았다.

마침 서점을 방문한 손님을 만났다. 옥길동에서 같이 사는 친구사이인 두 사람은 부천에 독립서점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선별해놓은 책을 볼 때는 감동적이기 때문에 독립서점을 자주 찾고 있어요” 라며 부지런히 책을 골랐다. 

특히 서점 지기는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어, 매월 두 차례 부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소통학교(5강)와 미술학교(5강)를 강사 초청 강의를 열어 지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차 한잔을 나누며 부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의견을 교류하며 뜻을 모아가고 있다.

박 대표는 “부천 문화에 차별화된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은 도서관이 잘 되어있는 도시다. 시 차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과 대형문고 사이에서 독립서점을 지켜내기 위해 서점지기는 다양한 시도로 자생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주민과의 연결고리인 독립서점의 역할에 푸른 싹이 잘 자라도록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