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자타공인 ‘문화의 도시’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7년 첫발을 내딛고 올해로 26회를 맞은 ‘장르영화’의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리고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진행되는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역시 명실상부 국내 대표 만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

부천은 문화도시답게 일상에서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다. 특히 부천시청 1층에 자리한 판타스틱큐브는 시민뿐 아니라 독립영화 애호가들에게도 관심을 받는 곳이다. 판타스틱큐브는 부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매년 심사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의 관람객 입장료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도 판타스틱큐브가 선정되어 현재 천 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더없이 매력적이다.

▲ 판타스틱큐브 입구 모습.

얼마 전 부천문화재단의 부천시민미디어센터가 영화도 보고 강연도 들을 수 있는 ‘판타스틱 씨네클래스’를 운영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영화와 인문학을 잇는 인문학적 영화 읽기의 이번 주제는 ‘혐오를 넘어, 차별을 넘어’이다. 8월 11일부터 9월1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영화 상영과 연계하여 진행하고 별도의 수강료도 없다. 지난 11일(목) 저녁, 판타스틱 씨네클래스 첫날이라 영화관을 찾았다. 7시가 되어 가니 하나둘 관람객이 들어선다.

▲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장의 인사.

영화 <소년 아메드> 관람 후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장의 인사와 인문학적 영화 읽기 프로그램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이어서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이경덕 교수의 ‘종교의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종교와 혐오’를 주제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영화 자체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데다가 종교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의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되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강의에 우리 사회의 문제뿐 아니라 과연 나 자신은 어떠한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이경덕 교수의 강연 모습.

90여 분간 진행된 강의에도 중간에 자리를 뜬 사람이 없었고 자녀와 동행한 여성 관람객은 강의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홀로 오신 나이 지긋한 남성 관람객은 열심히 메모까지 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묻는 관람객의 질의와 응답을 끝으로 첫날의 판타스틱 씨네클래스가 마무리되었다.

▲ 판타스틱 씨네클래스 일정.

오는 18일에는 영화 <바운더리> 관람 후 오마이뉴스의 박정훈 기자가 ‘백래시와 여성혐오에 맞서다’를 강의하며 25일에는 영화 <코다> 관람 후 이길보라 영화감독의 ‘혐오에서 자긍심으로, 다름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9월 1일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더 한복판으로> 관람 후 인권 활동가로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과 복합차별의 의미’를 다룬 강연이 진행된다.

▲ 판타스틱큐브 상영 시간표(8.16.-8.20.)

판타스틱큐브는 상업적인 일반 상영관보다 작은 아담한 규모여서 소규모 관람객이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장점이기도 한 곳이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며 온라인 예매는 디트릭스 홈페이지(https://www.dtryx.com)나 부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편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입장료 지원금이 소진될 때까지 천 원 관람이 가능하고 예매나 현장 구매 모두 적용된다. 믿기지 않는 단돈 천 원의 영화 관람은 그야말로 소확행 그 자체이다. 거기에 강연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은 기회인 만큼 여건이 된다면 부담 없이 문화를 향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