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100만 명 시대이다. 길을 걸어가도, 버스를 타도, 학교에서도 피부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아주 흔한 일.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은 아시아권의 이주민 숫자가 늘어가면서 그들과의 공존과 연대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며 이주 노동자의 인권교육 및 상호문화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가 우리 부천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10주년 기념 북콘서트가 4월 12일 광원아트홀에서 열렸다. 특히 이 자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인권연대가 글을 엮고 휴먼어린이에서 펴낸 「안녕, 아시아 친구야」 책이었다. 이 책은 2007년 아시아인권문화연대가 교육을 위해 펴낸 ‘안녕? 친구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일곱 나라인 네팔,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각국의 어린이들이 고향나라의 문화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각각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을 이해하고 공존하자는 당위성보다는 각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삶, 우리나라와의 교류관계를 편지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들려줌으로써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어린이 교양서이다.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무대에서 직접 들으며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북 콘서트는 3시부터 6시까지 다채롭게 진행됐다.

▲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 완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 완 대표는 “주위에서 가끔씩은 우리나라 사람도 도울 일이 많은데 왜 외국 사람만 돕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가 서툴고 생활이 낯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이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일을 하는 데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란주 씨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천천히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책을 통해서라도 우리와 가까운 이웃나라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 공승주 군의 마두금 공연모습

행사는「안녕, 아시아 친구야」를 두 번이나 읽고 독후감을 썼다는 남지우 어린이의 감상 시로 시작되었다. 이어 공승주 군이 마두금(몽골의 전통 악기로 말모양)으로 몽골음악 한 곡과 아리랑을 연주해 심금을 울렸다. 미얀마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윈라이와 친구들이 함께한 ‘무야쩌’도 한눈을 팔 수 없게 했다. 미얀마에서는 새해를 알리는 띤잔(물축제)축제 때 전통의상을 입고 이 춤을 추기도 한다. 우리 부천에서도 해마다 미얀마 이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띤잔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4월 2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미얀마의 노래와 춤 '무야쩌' 공연으로 윈라이 씨가 노래했다

춤에 맞춰 노래를 부른 윈라이 씨는 한국생활 22년 차다. 20세에 한국에 와 올해로 42세가 된 그는 청춘을 한국에서 보냈다며 웃었다. 이제는 한국이 좋고 한국생활이 편안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단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도 차별 받는 주변의 이주민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며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 각각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유한 30여 명의 어린이가 함께한 ‘세계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어린이들이 펼친 축하공연 댄스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소랍은 현재 TVn에서 ‘막 돼 먹은 영애 씨에 출연해 연기자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형 스잘이 무대에서 한국에서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이야기 해 폭소를 자아냈다. 스잘은 현재 20세로 고등학교 2학년이다. 처음에 며칠 교복을 입지 않고 학교에 갔는데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인 줄 알고 공손히 인사를 해서 당황했던 일.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데 한국 친구들이 삼겹살을 구워주며 소고기라고 해서 맛있게 먹었는데 나중에 돼지고기라고 해서 당황했지만 지금은 삼겹살이 제일 맛있다는 등의 에피소드가 많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네팔에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벅터 람 라미차네 씨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듬뿍 담아 인사했다. 다문화노래단인 ‘몽땅’에서 활동 중인 소모뚜와 필립 씨 등이 함께 한 축하노래로 북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문현주 상담실장은「안녕, 아시아 친구야」책을 들고 무대로 직접 나와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다름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어린이도서연구회가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책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과거에 우리는 몽골이라는 나라를 몽고라고 했다. 이는 중국이 몽골에 대해 격을 낮춰 부르는 것으로 몽골인들은 몽고라는 표현을 아주 싫어 한다”고. “한편 몽골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솔롱고스’라고 칭한다. 즉 ‘무지개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몽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부분부분 책 소개를 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2000년 김포에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문화센터를 열고 이주노동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2004년 4월 아시아인권문화연대로 이름을 바꾸고 부천 도당동으로 이전하면서 우리사회의 인종차별을 없애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증장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들 곁에는 ‘강남재래시장’의 상인(상인 대표 제대성)들이 물적.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는 365일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의 머릿속에는 다함께 문화적으로 화합하는 세상이 오는 날,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684-0244

주부기자 이 주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