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집중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요즘은 자기 개발이나 취미 생활로 보편화된 공예인 ‘위빙’(weaving)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위빙은 실과 간단한 도구만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직조공예'이다.

뜨개질이 명상과 요가처럼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인 연구 결과처럼, 위빙도 그런 효과를 준다고 한다.

▲ 직조 공방'이숲' 베틀 수직기.

아름다운 실과 베틀에 둘러싸여 어떤 천을 짤지 고민하고 작업한다는 직조 공방 ‘이숲’ 임시연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직조 공방 ‘이숲’을 운영하는 임시연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숲’이라는 이름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는데요. 직조 공방 ‘이숲’을 소개해 주세요.

‘이숲’이라는 이름은 한글에 저의 이름도 담겼으면 해서 제 성을 따서 ‘이숲’이라고 했어요. 직조 공방‘이숲’은 2019년부터 부천시 상동에서 베틀을 사용하여 섬유를 직조하는 작업실이자 클래스를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베틀을 사용하는 직조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핸드 위빙 작업을 배울 수 있어요. 직조는 베틀을 이용해 씨실과 날실을 엮어 천을 짜는 일을 뜻합니다. 방송에서 모시나 명주 짜는 모습을 보셨다면 쉽게 이해가 가실 거예요. 생각보다 직조는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천의 대부분이 직조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거든요.

직조 공방‘이숲’에서는 베틀을 사용하는 직조 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핸드 위빙 작업을 진행해요.

직조는 베틀을 이용해 씨실과 날실을 엮어 천을 짜는 일을 뜻합니다.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직조 공방‘이숲’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매우 단순해요. 직조 작업이 재미있고, 이걸 계속하고 싶어서 고심 끝에 공방을 열게 되었어요. 직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창작자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면서부터였죠. 당시엔 재봉작업으로 가방이나 파우치, 옷 등을 만드는 작은 공방을 생각했고 여기에 특색을 더하고 싶어서 직조를 배웠습니다.

업으로 삼을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시작했고, 덕분에 직조에 푹 빠진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 직조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면 지금의 직조 공방 ‘이숲’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직조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일이 제 손을 거쳐야 해요. 

어떤 천을 짤지 구상하고, 실을 고르고, 베틀에 실을 걸고, 천을 짜기까지 과정을 모두 직접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업 진행은 느리지만, 모든 과정에 깊게 관여하고 집중해야 하죠. 그래서 직조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오로지 천을 짜는 일에만 집중해야 하죠. 생각을 비우고 천을 짜다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고민과 걱정 없이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그게 좋아서 직조 공방‘이숲’을 시작했습니다.

직조 공방'이숲' 내부 공간.

-위빙이 갖는 매력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핸드 위빙의 기본 작업 방식은 매우 단순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위빙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위빙의 기본 작업 방식이 아주 단순해요. 실을 쌓는다고 표현하는데, 날실과 씨실을 교차해서 엮기만 하면 되거든요.

기본 쌓는 법만 알면 단순 행동의 반복이다 보니 집중도 높고 시간도 잘 간답니다. 소재에 얽매이지 않아 실, 종이, 비닐, 꽃다발, 안 입는 옷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위빙을 처음 접하는 분이나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패턴과 색감의 조화 등 창의적인 사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과 같은 작업을 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조합했느냐에 따라 수천수만 가지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2019년에는 구석구석 움직이는 경기 공방 심화 과정에 참여해 경기도민 대상으로 베틀을 사용한 직조 방법을 알리고, 2021년 상반기에는 부천문화재단의 ‘우리 동네 스무발자국’ 프로그램에 참여해 부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2021년 하반기에는 부천문화기획학교를 통해 문화기획자로 ‘옷과 잘 이별하는 방법(후에 73121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변경)’이라는 제목으로 문화기획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올해 초에는 못그린 미술관에서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많은 분께 선보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2022년 2월 못그린 미술관 '전시회'

-보람 있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직조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보람 있는 일입니다. 공방을 연 이후,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매일 매일 깨닫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벌써 4년째 공간을 유지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에 보람을 느낍니다. 덕분에 부천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부천 시민과 교류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알음알음 공방을 찾아와 직조 수업과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도 감사하고 보람있는 순간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 ‘수요일의 수작업’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매주 수요일마다 하나의 작업 결과물을 선보이고, 작업과 관련된 이야기도 선보이고 있죠. 당장 보이는 결과물보다는 꾸준히 작업하는 행위에 집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작년에 진행한 문화기획인 ‘73121 프로젝트(이전의 명칭은 옷과 잘 이별하는 방법)’의 후속으로 버리려는 옷을 새롭게 만들어보는 개인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요일의 수작업'

직조 공방‘이숲’에는 정성껏 고른 예쁜 실의 색과 질감이 잘 드러나길 원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직물을 완성하여,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열린 문화 공간이 되고 싶어 나름대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임시연 대표의 바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주소: 경기도 부천시 소향로 25 510호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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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카카오 오픈채팅 '직조공방 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