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부천

상세검색
복사골이야기출동! 시민기자
수필 <노란 밥꽃>
황정순 복사골부천 시민기자  |  hjs336336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03.09  22:09:52
트위터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이미지  
     

    작가의 말 : 아래 글은 100% 사실을 근거로 쓴 창작수필이다. 누군가에게는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 그 밥 한 그릇은 희망이 되기도 한다. 독거 노인에게 밥꽃이 피어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엄마, 어떤 할머니가 찾아와 통장네가 맞느냐며 울먹울먹하면서 말했어….

    바로 뒷집에 할아버지가 혼자 사는데 어떻게 그냥 놔두냐고, 반찬이라도 배달해달라고, 그리고 잘 살펴 달라고…….” 꼭 전해달라며 말하고 되돌아가셨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아이한테 되물어 보고는, 방금 성주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등산 신발만 갈아 신고서 조금은 짐작이 가는 그 집으로 향했다. 골목만 다르지 지척에 있는 가까운 이웃이었다. 통장이 시원찮아서 노인한테 어떤 사고라도 난다면, 동네일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당장 내 눈앞에 떨어질 그 무언의 질책과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층 계단을 돌아서 불빛이 없는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 안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노인은 문을 열었다. 빨래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아주 좁은 화장실에서 빨래하던 참인 것 같다. 노인의 얼굴은 84세에 비하여 몸도 날렵하고 생각보다 환했다. 젊은 시절 몸을 마구 부려 살아온 사람 같지도 않았다. 젊은 사람만이 환한 얼굴을 간직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와는 달리 당장 절박해 보이지는 않았고,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온 반가움인지 몸과 마음이 더욱 가뿐해 보인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노인은 힘없고 어지러워 멀리는 못가고, 낮에는 앞 공원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놀다 들어온다고 한다. 그런 일과도 가을볕처럼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노인의 말에는 늘 배가 허출하고 영양분이 부족할 것이라는 짐작도 하게 한다.

    나는 노인에게 조금 전 누군가 우리 집을 찾아와 급히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노인은 “서울에 사는 제수씨가 내 사는 모습을 보고서 울고 갔어요.”

    “제수씨요? ”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제수씨가 늙은 시숙이 걱정되어 울면서 단박에 통장집을 물어물어 찾아왔단 말인가?’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사연을 들어본 후 동사무소에 연락을 해보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는 그사이 내 눈은 방 한 칸과 부엌을 획 둘러 멈추었다.

    부엌 주변은 너무나 단출했다. 무엇인가 음식을 먹은 흔적도, 시적 지근한 음식 한 그릇도 놓여 있지 않았다. 혼자 사는 할머니 부엌과는 또 달랐다. 씽크대에는 작은 노란 양은냄비와 밥그릇 하나가 점심에 먹은 음식이 전부였던 듯, 씽크대 물받이 통에 삐딱하게 포개져 놓여 있다. 그릇에는 노인의 부실한 점심이 온전히 들어났다. 아내의 뜨듯한 고봉밥 한 그릇이 언제였을까. 아예 기억조차 사라지게 했다. 몇 년을 저런 점심으로 버티며 살아왔을까? 주변에는 음식이 넘쳐나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도, 노인에게는 말짱 허울 좋은 소리였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말들을 듣다못해 단념해 버렸겠지.

    어르신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며칠 후에 동사무소에서 노인잔치가 있으니 특별히 식권 한 장을 갖다 드릴게요.”라며 약속을 하고 되돌아섰다. 노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먹을거리인데,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통장을 붙들고 매달리는 어르신과 그의 제수씨에 대한 미안함과 동정심이 어둠속에서 나를 놓아 주지 않는다.

    다시 며칠 후, 내 집안 탁자 귀퉁이에 획 던져 놓았던 노란 종이 딱지 한 장을 들고 어르신을 방문했다. 통장의 권한을 부릴 수 있는 4장의 식권 중 한 장이다. 우리 동네 기초 생활 대상자가 18가구에 비할 때, 나는 그 식권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어마어마한 권한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저울질을 했지만 다른 노인들한테는 부조리한 통장으로 매도 될 수 있는 순간이다. 작년에도 식권 한 장을 나눠주면서 왜 안주냐며 달려드는 노인의 설움을 달래느라 결국은 식권을 추가로 얻어다 주고서야 편안해졌던 일이 기억났다.

    노란 종이 식권에는 검정 글씨로 〈ㅇ월 ㅇ일 11시 공연 및 점심 식사〉라고 쓰여 있는 작은 글씨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인기척을 하자 불빛이 없는 창문에 불빛이 들어오고 문이 열렸다. 반갑다는 듯 또 환하게 웃고 계셨다. 그 주름진 순수한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 보고 싶을 정도다. 아무래도 내가 다시 방문해 주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인가 특별한 선물을 내밀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게 말했다.

    “ 어르신! 이 식권을 갖고 동사무소에 가서 꼭 식사하고 오세요.” 한마디에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엎드려 절을 하다시피 한다. 노인에게 노란 종이딱지 한 장은 노란 고봉밥이었다.

    노인의 말간 웃음 속에 노란 밥 꽃이 활짝 피어난다.

     

     

    황정순 복사골부천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생생부천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부천핸썹TV
    • 장미축제 다음엔 여기!! 퉈퉈! 부천시티퉈!
    • 보랏빛여인 앞에서 쭈글이 된 사연
    • 요즘 부천FC가 잘나가는 이유?
    • 부천 소개팅은 여기!!! 소개팅 맛집
    포토뉴스
    부천툰
    칼럼
    조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자기계발에 올인해야

    조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자기계발에 올인해야

    내년 2023년 6월 30일 정년퇴직, 40년...
    트위터 고시공 정책백서 페이스북 소셜허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