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월동 243-14번지 일원에 정원형 여월동 소공원이 조성되어 지난달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보호수라고 한다. 부천에도 이런 지정 보호수가 있다. 130~1000년의 세월을 머금고 있는 8그루의 보호수가 여월동, 송내, 소사본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중 여월동에는 4그루의 보호수가 있고 그중 하나가 500살이 넘은 은행나무이다. 나무길이 약 25m로 1982년 경기도청이 보호수로 지정된 보호수이다. 지난 5월에 이 보호수를 품은 정원형 ‘여월 소공원’이 여월동 243-14번지 일원에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 도심 속 정원형 공원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여월동 소공원의 모습

소공원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만큼 작다. 차라리 넓은 정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늑하다. 이전에 이곳을 지나다니면 거대한 500살의 은행나무만 서 있는 조금은 휑한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정취 물씬한 공간으로 바뀌다니 싶다. 홀로 외로이 500년을 지키던 은행나무가 우람한 가지 한 켠을 내주어 시민들을 품은 듯하다.

▲ 여월동 소공원 안에 있는 파고라(서양식 정자), 조각 같은 그네 벤치의 모습

이 여월동 소공원은 2004년 여울지구 우선해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에 따라 공원으로 결정되었고 국비 2억 6,000만 원을 지원받아 조성되었다. 보호수 보전과 지역 주민들의 쉼터를 조성하기 위해 도심 속 정원형 공원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이 공원은 504㎡의 면적으로 파고라(서양식 정자), 조각 같은 그네 벤치, 돌과 여러 식물들을 심은 4개의 자연식 정원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교목‧관목‧초본 등이 여러 형태의 돌과 나무가 어우려져 더욱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500년 수령의 나무와 이런 현대적 감각이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사실 공사 중인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혹 나무가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짧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부천시에서 나무뿌리 보호와 생육환경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여 시공을 진행했다고 한다.

▲ 이 공원에는 보호수인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 연산군 시대, 연산군의 폭정 12년으로 백성들의 삶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다. 그때 부평 도호부사가 폭정에 지친 백성을 위로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510년에 이 은행나무를 심고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500년 이상을 이곳에 서 있는 이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매번 느꼈었다. 100년도 못 살고 가는 인간의 초라함을. 많이 살았다고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아웅다웅하는 것이 이 거목 앞에서는 보잘것없이 보였다. 거센 코로나 강풍으로 시민들 일상이 무너진 지금이 500년 전의 상황과 유사할 수도 있겠다. 새로 조성된 이 여월동 소공원에서 사람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받고 더불어 치유의 기운을 거목의 그늘 아래 앉아서 누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