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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4  14: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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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어요”

    #1 그녀와의 첫 만남

    김소망(가명)은 어두운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남편과 13년 전에 이혼을 했고, 홀로 고등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전배우자에게 위자료를 받지 않고 이혼을 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나 가장이며 엄마로서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한부모 가정으로 홀로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한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큰아들 양지오(가명)가 반 아이들에게 ‘아빠가 없는 아이’라며 왕따를 당했던 것입니다. 부천으로 전학을 갔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벌써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으며 대신 불량한 친구들과 나쁜 행동을 일삼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소망님과 지오 사이에는 갈등이 깊어져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모진 말들이 여러 번 오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김소망님의 성대가 망가져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일자리도 잃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았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아이들도 따라주지 않아 온몸이 지치고 힘든 상황입니다. 불안과 우울증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이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보다 보호시설에 보내서 서로 보지 않는 것이 아이들에게, 김소망님에게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듭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찾아간 동사무소에서 긴급지원 생계비를 3개월간 지원해준다고 하여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으나 곧 지원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걱정이 눈앞을 가렸습니다. 다시 경제적 문제를 고민해야할 그 시점에 김소망님은 사례관리사를 만났습니다.

     

    “너무 힘드셨겠네요.. 잘 버텨왔어요”

    #2 따뜻한 위로의 말

    사례관리사는 위로의 말을 건냈습니다. 그동안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듣고 싶었던 한마디에 갑자기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이윽고 쏟아지는 눈물을 이겨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례관리자 앞에서 목을 놓아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례관리사는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그녀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을 차분히 분석했습니다.

    제일 먼저 파악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였습니다. 김소망님은 당장 눈앞에 생계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으로 아이들의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보였습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했고 근심어린 한숨을 내쉬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례관리사는 김소망님도 몰랐던 그녀의 강점도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오랜 기간 종사해오던 어린이집 교사로서 취업은 어려웠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근로 의욕이 있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들을 사랑했고, 자녀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사례관리사는 다른 직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었고, 자활사업에 참여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례관리가 진행되면서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었으나 사례관리사는 김소망님의 옆에서 든든한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자활 참여로 행정보조일을 하게 되어 규칙적인 소득활동이 가능해졌고, 처음에는 어렵던 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두 번째로 파악한 문제점은 김소망님의 심각한 우울증 증세였습니다. 김소망님의 절망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사례관리사는 그녀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김소망님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로 인해 자신에 대한 관리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한다고,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김소망님도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약이 맞지 않고, 내 이야기를 남에게 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게 느껴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차차 안정을 찾아갔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정말 자녀를 시설에 보내기를 원하시나요?”

    #3 아무도 몰랐던 지오의 이야기

    사례관리사의 물음에 김소망님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사례관리가 진행됨에 따라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하나, 아들을 생각하면 다시 막막해졌습니다. 앞서 서울에 있는 시설에 자녀를 보내려고 알아봤으나 막상 보내려니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사례관리사는 힘들어도 자녀와 함께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하며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침, 드림스타트의 연계로 지오의 정신 상담을 지원받을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검진 결과가 나온 그날, 김소망님은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지오가 지적장애 경계선상에 있는 것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자녀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지오의 지적 상태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그동안 지오가 했던 행동 하나하나를 차분히 생각해보니 아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몰랐어... 자녀의 상태를 모르고 무조건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한 모든 행동에 대한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엄마로서 자녀의 상태를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오와 함께 그동안 겹겹이 쌓였던 오해를 하나씩 걷어갔습니다.

    지금은 자녀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잡았고, 자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례관리자의 도움으로 지오에게 필요한 약물치료와 정신상담을 지원받았고, 지오의 특기인 유도를 살려 유도체육관 수업료를 지원받았습니다. 지오는 유도학원을 다니면서 담배도 끊고 나쁜 친구들과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용인대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도 생겼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4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

    사례관리를 종결하면서 김소망님에게 뜻밖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다양한 지원을 받았으나, 어떤 서비스 연계보다 의지되었던 것은 사례관리사의 경청과 공감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외면당해 절박하고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옆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가슴 깊이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부모인 자신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누군가 나의 어려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답에 대한 고민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큰 힘이며, 용기가 되었다며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사례관리자로서 앞으로도 수많은 인물의 아픔을 접하게 될지 모릅니다. 대상자를 만나면서 어느새 대상자의 상황을 듣고 필요한 서비스를 이것저것 연계하는 것으로만 사례를 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과 연민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헤아려보고 공감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라는걸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례관리의 가장 기본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자세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상자가 긍정적으로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위로며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요.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 하는 삶의 태도다 ”
    - 수전 손택

    이미지
    [범안동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정영순 통합사례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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