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부천의 4층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 그러나 거주자가 신속히 주택용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해 간단한 집기 비품을 제외하고는 큰 피해를 입진 않았다. 이런 소식은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주택용 소화기 하나 있으면 든든하겠다 싶지만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기에 선뜻 장만하기가 쉽지는 않다. 솔직히 필자의 집에도 화재경보 감지기는커녕 주택용 소화기도 없다. 그렇다면 강제 규정이 없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현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건 어떨까? 그것도 주택 밀집 지역 내에 설치된다면 화재를 대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차선의 방법은 아닐까 싶다.

▲ 화재 취약지역 56곳에 설치된 '보이는 소화기' 모습<사진 출처: 부천소방서 제공>

부천소방서는 부천시와 협업하여 겨울철 화재 피해 저감 소방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관내 주택 밀집 지역 56개소에 ‘보이는 소화기’를 설치했다. 설치된 ‘보이는 소화기’는 ‘거치형’과 ‘걸이형’ 2종류이며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 및 급격한 연소 확대가 우려되는 주택화재 취약지역을 현장 조사 후 56곳을 선정해 소화기를 설치했다.

▲ 관내 화재 취약지역에 설치된 걸이형 '보이는 소화기' 모습<사진 출처: 부천소방서 제공>

2019년 전국적으로 1월에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4,430건)하였으며, 3월(4,267건), 5월(3,990건), 4월(3,611건), 2월(3,413건) 순으로 많은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는 춘절기와 동절기에 화재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2019년 화재통계연감, 소방청). 화재 원인이 부주의(50.2%), 전기적 요인(23.6%), 기계적 요인(10.1%)인 것으로 보아 추워진 날씨에 사용이 증가한 난방기구의 영향과 건조한 날씨와 부주의로 동절기와 춘절기에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부천 또한 겨울철 화재 발생 비율이 높다. 작년 부천시의 주택화재(공동주택, 단독주택 등)는 100건이며 이중 겨울철에 발생한 화재(11월~2월)는 33건에 해당한다(소방청 국가화재 정보시스템).

▲ 화재 취약지역에 '보이는 소화기'를 설치하는 모습<사진 출처: 부천소방서 제공>

누구나 보이는 곳에 비치한 ‘보이는 소화기’를 쓸 일이 없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부주의에 의해서는 전기나 기계의 원인이든 화재가 닥친다면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의 초동대처를 할 소방물품이 있다면 든든할 것이다.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에 잘 보이는 곳에 잘~보이게 위치한 소방물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하여 올해 겨울 마음의 체감 온도는 더 낮고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도 길다. 코로나 백신 없이 견뎌내야 할 겨울이기에 화재에 취약한 겨울일 수밖에 없다. 주택용 소방물품의 비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화재에 대한 조심일 것이다. 조심에 대충이 있을 수 없다. 더 조심하고 더 확인하는 겨울이길 바란다.

부천소방서는 지난 8월 제3회 대한민국 119구급활동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재 화재 취약계층인 부천시 홀몸 어르신 1천 100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설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