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 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정록의 ’의자‘ 中)

위의 시처럼 ‘의자’는 우리들의 일상(시·소설·영화·가수 등)과 거의 함께 한다. 의자는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만큼 그 안에 담긴 상징성이 매우 크다. 우리의 삶뿐 아니라 세상만사 이치가 온통 의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도 의자를 내어주는 행위는 상대방을 맞아들이는 뜻이라 할 수 있고, 반면 의자를 내어주지 않으면 서로 사귀고 싶지 않다는 공감대 거부의 의사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소사역 온열의자에 앉아있는 시민들

▲ 세종병원.서울신대 온열의자

우리 시에 앉는 의자의 의미를 넘어 따뜻함을 전해주는 ‘온열의자’가 버스 정류장에 설치됐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온열의자’는, 2018년 부천시청역1번 출구버스정류장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에는 23곳으로 늘어났다.

▲ 온열의자 안내문구

▲ 온열의자 온도

'온열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소사역▴세종대· 서울신학대학교▴부천남부역▴부천자유시장 등을 비롯해 23곳이다. ‘온열의자’는 오전6시부터 오후11시까지 외부 온도가 18도 이하일 때 열을 내는 의자다. 의자 온도는 34도에 설정되어 있었다. ‘온열의자’의 원리는 전기로 돌아간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온열의자’에 앉아 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따뜻해 추운 겨울에 반가웠다. 난로처럼 손까지 녹일 수 있었다.

▲ 부천남부역 온열의자

▲ 부천자유시장 온열의자

버스정류장의 시민들은 각자 가고자 하는 장소도 다르고,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각자 다르다. 그러나, ’온열의자‘에 앉으며 ’아! 따뜻해서 좋아!‘하는 탄성소리는 다르지 않았다. ’온열의자‘는 몸을 받쳐주는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한편, ‘온열의자’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버스정류소에는 ‘온기텐트’가 설치되어 있지만, 코로나19확산방지를 위해 텐트운영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 안타까웠다.

사는 거 별거인가. 추운 겨울날,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의자 26개(23곳)를 내 놓으며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우리 시를 응원하며 사는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