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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Kisuk Noh 작가 인터뷰 번역본 및 작품 소개
부천시청  |  leh13465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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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3  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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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을 소개한다면?

      ▲ 2020 부천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된 Jeff Kisuk Noh  
    ▲ 2020 부천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된 Jeff Kisuk Noh

    ▲ 제 이름은 제프 노(노기석)입니다.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 퀘벡주 몬트리올에 살고 있습니다. 작가로 저는 디아스포라 정체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친하게 어울리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저에게 잊혀져버린 언어, 문화적 유산, 그리고 세계 역사의 흐름을 통해 매개된 존재로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저의 인생은 좀 특이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십대였을 때,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왔고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일과 교육의 이유로 캐나다 내에서도 꽤 많이 이사를 다녔습니다. 조금 복잡한 회로 같은 이야기이고, 제가 이 이야기를 글로 쓰려니 기분이 묘합니다.

     

    - 최근에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저는 Patrimony (유산)라는 소설 프로젝트를 2012년에 시작해, 지난 8년간 꾸준히 작업해 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막바지에 와 있고 부천 레지던시 기간 동안 리서치와 수정작업을 할 것입니다.

    Patrimony (유산)를 작업하면서, 저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사는 “누군가”의 문화적 기억의 복잡성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삶에서 느끼는 복잡성의 본질이 소설 속에 녹아들었다고 생각되어 저는 이 소설 작업이 꽤 자랑스럽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그 이유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존 킨이 쓴 책 Counternarratives (대항담론)입니다. 이 책은 최근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권위있는 ‘지니어스'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킨이 예술에 접근하는 법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17세기 남미에서부터 30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Counternarratives (대항담론)는 관습적인 의미에서 역사적 허구가 아닙니다. 간과된 시간의 비활성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허구적 기법을적용한 것 뿐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많은 소설가들처럼 킨도 문학 작품 번역가인데, 킨의 역사에 대한 접근 방식은 번역가로서의 감수성이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 2020 부천 레지던시 선발 소식을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했는지? 그 이유는?

    ▲ 제가 부천 레지던시를 준비하는 기간은 이번 봄과 여름으로, 몬트리올의 록다운 기간동안이었습니다.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습니다. 식료품점에서 과일을 만지는 것이 안전할지, 바이러스 입자들이 미세한 공기 흐름을 통해 퍼질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할 때만 집을 나가 생필품을 구매했습니다. 이 시기에 제가 만나던 사람은 친구이자 이웃인 사라 브루고인 뿐이었습니다. 전에 부천 유네스코 사무소와의 인터뷰에 관해서도 이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사라도 작가입니다. 그녀의 두 번째 시집Because the Sun (태양이 있기에)가 Coach House Press (코치 하우스 프레스: 출판사)에서 곧 출간 예정입니다. 우리는 가끔 생필품을 사기 위해 동네 식료품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걸어가면서 전염병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식당들이 다시 문을 열까? 언제쯤 국경을 넘어 해외를 갈 수 있을까? 바이러스가 사람들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을까, 혹은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했던 불평등을 더 악화시켰을까? 이렇게 두서없이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부천 레지던시에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 부천에서의 14일간의 격리기간 동안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지?
       그 기간동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부천에서 14일의 격리 기간이 기대됩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제 원고의 최종 수정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또, 남은 레지던시 기간을 준비하며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 노기석 작가의 도시 몬트리올은 어떤 곳인가? 작가님은 프랑스어·영어 모두 사용하는지?
      맥길 대학교에서도 프랑스어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지?

    ▲ 네. 저는 프랑스어를 합니다. 하지만 영어, 한국어와는 달리, 성인이 된 후, 10여 년 전 몬트리올에 처음 이사 왔을 때 프랑스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공용어는 퀘벡의 나머지 지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어지만 문화적으로는 이중언어 도시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보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완벽히 편안하게 느끼며 사용합니다. 물론 프랑스어와 영어 외에도, 훨씬 더 깊은 역사를 가진 kanien’keha(카니엔케하), Cree (크리), Anishinaaba (아니시나베) 와 같은 토착 언어들이 있습니다.

    저의 모국어가 무엇인지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라는 언어를 처음으로 듣고 말하며 자랐지만,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영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어가 가장 주된 언어가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맥길 대학교는 영어 교육 기관이며 여기서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곳의 사회, 문화, 정부가 사용하는 언어를 공용어라고 한다면 그것은 프랑스어입니다. 그리고 저는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언어와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제가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습니다. D’où on écrit? (어디서 글을 쓰나요?) 이 질문은 저의 멘토이자 제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실험 소설가 게일 스콧이 이끄는 워크숍에서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저는 몬트리올에 살게 된 한국인으로서 제 자신의 입장에서 ‘어디서 글을 쓰는지’ 묻는 게일의 질문을 종종 떠올립니다. 언어와 역사의 복잡한 질문에 접근하는 퀘벡지역의 글들 중에서 저는 게일의 작품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접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저는 게일의 작품 My Paris and The Obituary (나의 파리와 사망기사) 를 적극 추천합니다.

     

    - 한국에 있는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소설 Patrimony(유산)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디아스포라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사건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 저는 소설의 형식을 이용하여 제 삶의 양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직지’ 또 현재 일본에 소장 되어 있는 익명의 한국 도예가가 만든 차 그릇인 ‘키자에몬 이도’와 같이 깊은 역사를 가진 유물들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그 곳에 있게 되었을까요? 그 질문에 은유적으로 답하자면, 어떻게 한국인이 뉴욕, 앨버타주 남부, 혹은 몬트리올에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과도 연결고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이번 부천 레지던시를 통해 제가 캐나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 연구의 주제 중 하나는 조선 후기 한국과 프랑스의 만남의 장소였던 강화도의 풍경이 될 것입니다. 저는《Patrimony (유산)》에서의 두 나라의 만남에 대해 쓰고 있기에 그 장소들을 직접 보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단계에서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제가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리처드 E. 김 [김은국]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부천 레지던시 기간 동안 연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1980년대 김 작가님이 서울대학교 풀브라이트 영어 교수로 귀국해 KBS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던 시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김 작가님이 참여한 KBS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살고 있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만주, 러시아 등 한국인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에 매우 폭넓게 관심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이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가? 부천 레지던시 기간 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데 진전을 이루고 싶습니다.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이번 레지던시에 선발되어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 부천을 방문하는 것이 저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기회는 저에게 매우 특별합니다. 한국 작가와 독자들을 만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저를 설레게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한국 현대 문학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데보라 스미스가 영문으로 번역하여 출간된 소설 배수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막 읽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지역 예술가들과 작가들, 그리고 저와 함께 레지던시에 선정된 로리 워터맨과의 만남도 매우 기대됩니다. 2020 부천 레지던시에 선발되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음은 출간된 저의 단편소설 '직지'에서 발췌된 결말입니다. 저는 이 단편소설의 제목을 고려시대 불교의 가르침이 담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에서 따서 지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직지'의 활자본은 금속 활자 기술을 통해 흥덕사에서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구텐베르크 성경이 출간되기 약 78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 문서는 현재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거의 650년 전에 생산된 이 문서가 어떻게 프랑스 파리에 있게 되었을까요? '직지'의 이야기는 한국과 프랑스의 만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저는 저의 전기를 생각하며,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과, 현재 북미 프랑스 식민지 프로젝트를 수행중이고 프랑스와 깊은 문화적 연계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 몬트리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런 질문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이야기가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어떻게 몬트리올에 있는가) 19세기 말 프랑스와 한국이 연결되었던 것과 같이, 개인과 역사가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접점 같은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이 소설을 (발췌)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일부로라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설렙니다. 몬트리올에서 저는 끊임없이 한국 문화를 설명하고 이해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며, 그러한 요청들은 제 창작 활동의 원동력이 됩니다. 이 작품이 영어에서 한국어로 회귀한 것처럼 소설속의 역사적 내용과 저의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직지'에서 발췌한 결말]

    결국엔 어딘가 또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제각기 단기 방문객으로 대한민국 공항을 거쳐 가는 나의 동료들이, 입국장에서 출국장으로, 텅 빈 공항 로비의 유리 칸막이를 지나, 한밤중에도 계속해서 운행을 멈추지 않을 에스컬레이터로 옮겨지는 모습을 나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내 양가 친척들이 공항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었던 그날에도 어쩌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건물 위쪽으로 이동하며 우리를 내려다보던 단기 방문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우리 가족 중 그 당시 기억을 품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그마저도 연구소에서의 내 작업이 끝나면 사라져버릴 것이다. 당시, 우리 할머니는 이민을 제안한 바깥사돈, 즉,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족들 인생에 훼방을 놓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할아버지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경제의 붕괴나 자유를 향한 교육(erziehung zur freiheit), IMF 외환위기 등을 언급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 장면에서 기억나는 것은 할아버지의 답변이 아니라, 그러한 답변을 하게 만든 할머니의 질문, 더 정확히는 그 질문의 타이밍이다. 떠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몇 분 후, 나는 부모님과 형과 함께, 보안검색대로 향하는 입구를 통과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안쪽을 들여다보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 재질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종이를 한 장씩 집어 넘길 때마다 사라져 버리는 활자처럼, 손의 움직임을 따라 찢어지는 표백 섬유처럼, 우리는 그 종이 스크린 뒤로 모습을 감췄다. 그곳에 있는 아치형 철 구조물을 보면, 물론 상황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국제 자본의 흐름과 더불어 불탔다가 재건된 유럽의 유명 성당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우리 형제는 이내 곧 대기층으로 자취를 감출 비행기에 오르기에 앞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운동화를 벗었다.

    공항 방문객은 한 손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의 고무 손잡이를 잡은 채, 푸드코트를 내려다본다. 켜켜이 겹쳐 있는 유리 칸막이를 통해, 그때 그 순간의 내 인생 전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 속에 몇 년의 시간이 세미하게 담겨 있다. 그 순간은 방문객의 기억 속에 딱히 자리 잡지는 않더라도, ('구 공항이랑 신 공항에 다 가봤는데, 신 공항이 확실히 좋았어' 따위의) 스쳐 지나가는 인상으로 바뀌어 희미하게 남겨질 것이다. 공항 유리창 밖으로는 강화도의 경계가 눈에 들어온다. 조선 정벌에 나선 프랑스군이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도달한 곳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자 약탈당한 고문서인 직지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내가 걸어온 길만큼이나 볼품없고 복잡한 경로로, 공화국의 세속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긴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옮겨졌다. 퀘벡에 사는 내 동료들은 캐나다의 기이한 정책 때문에, 불어와 영어 사이에서 정체성의 분리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법 기능의 근간을 이룰 정도다. 그래서, 직지를 운반했던 항공기의 비행운이 만드는 기류나 이를 보관하는 동양필사본부 소장고의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공기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로 거침없이 쓰여진 길고 긴 이메일의 문단 혹은 문장 중간에 갑자기 불어가 등장하는 일도 빈번했다. 동양필사본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부서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해당 문서가 소장되어 있음을 알아차린 사람이 몬트리올에 사는 외국인인 나와 마찬가지로 파리에 사는 외국인 사서라는 점에서 말이다. 1989년에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이 프랑스의 철도 기술을 도입한다는 조건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인 직지의 반환을 약속한 적 있다. 한반도의 인프라를 바꿔 버림으로써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비전을 다시 한번 실행해보려 했다(나에 대한 뒤틀린 편견이 있는 O의 말대로라면, 스퀘어 빅토리아역(metro Square-Victoria) 생 앙투안(Saint Antoine) 방면 입구에 설치한 포르티코(portico, 기둥이 지붕을 떠받친 형태의 주랑)는 파리에서 가져온 선물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프랑스 철도 기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또한 여전히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나와 관련이 있는 장소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O가 느꼈던 바로 그 '프랑스풍'을 간직한 채 말이다. 유럽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 여행을 회상하며 O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나에게는 철도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 O의 신분증은 그녀가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을 증명해 주었고, 철로는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를 유럽 대륙 내 동떨어진 지역과 연결해 주었다. 라벤더밭이 흐려져 올리브나무 숲이 되고, 로마 석조 건축물의 잔해가 지중해에서 잃어버린 화물로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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