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상의 무게와 책임을 알기에 이분이라면 이 상에 꼭 어울리는 분인 듯하다. 과학∙교육∙봉사∙기술 분야의 ‘당대의 귀감’인 분들에게 수상 되는 큰 상을 부천의 NGO 단체 중의 하나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가 지난 4월 8일 수상했다.

▲ 2020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한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

이란주 대표는 1995년 '부천이주민노동자의 집'을 시작으로 2004년 '아시아인권문화연대'를 설립하여 외국인 이주민 삶 개선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봉사상을 받았다. 인류사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사나 단체에게 부여하는 봉사 부분의 상이라 더 의의가 크다. 그녀를 찾은 날도 한 단체에게 기증받은 마스크를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사전 작업 중이었다.

▲ 기증받은 마스크를 이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포장 중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들 모습

“어릴 적부터 평등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때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였는데 언론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기사를 접했어요. 정말 많이 놀랐고 그래서 다가갔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주노동자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들이 겪는 문제라면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자리라면 그들 편에, 그들 곁에 있어 주고자 했던 시간이 어언 25년이 흘렀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아동 등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다문화 교육(상호문화교육), 강남시장 마을 축제, 지역주민들의 동아리 활동, 외국인을 위한 한글 교실, 청소년 동아리 ‘노리터’ 등을 운영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들의 귀국 후 활동을 돕는 링크업 프로그램을 네팔과 미얀마 등에서 지원하고 있다.

▲ 다문화가정아동들과 함께 활동 중인 이란주 대표 모습

이주민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사실이 아직은 불편한 사람들, 그래서 이들에 대해 불편한 시선과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이란주 대표는 이야기한다. “그들을 너무 낯설어하지 말라고.” 한국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선주민들과 이주민이 평등해야 한다고. 평등해야 이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난해 6월 이란주 대표의 새 책 <나의 미누 삼촌>이 발간되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실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내용이다. 그녀의 첫 번째 책 <말해요, 찬드라>가 나온 지 17년이 지났다. 이 책에서 그녀는 한국 사회에서 힘들게 버티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소개했다. 그 파장은 잔잔하지만, 오랫동안 울렸고 이 이야기는 2003년 박찬욱 감독에 의해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라는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이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에 같이 손을 잡아주었던 그녀의 25년 시간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을 고민했던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졌던 시간일 것이다. 그녀의 핸드폰이 울린다. 손가락을 다친 외국인 노동자의 봉합 수술 과정에 문제가 생겼단다. 이곳저곳과 통화를 한다. 낮지만 단호하게 그녀가 이야기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