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실’이라 하면 왠지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래된 나무 옹이가 박힌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고, 정리되지 않은 책과 글들은 삐쭉 빼쭉 흐트러져 있고, 작가는 영혼이 나간 머리카락을 쥐어짜며 움켜쥐고 있을 것 같다.

▲ 서순옥 작가의 책

책상과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무나 쉽게 작가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통해 독자들과 생각을 나누고, 책을 통해 세상 어딘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2017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된 부천, 관내에 사는 문학 작가의 작업실이 궁금했다. 그들의 은밀한 공간이 보고 싶었다.

부천 중동에 거주하는 서순옥(여.69세) 작가의 작업공간을 찾았다. 서순옥 작가는 2001년에 등단하여 ‘부천’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숨어든 도시, 사람의 도시, 바다의 도시, 태양의 도시 등 도시 시리즈로 부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글을 쓰기도 했다. 서 작가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복사골문학회, 창작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는 ‘<와>와<과>’ 작품집을 출간했다.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지면에 실린 '눈대중'

서 작가는 지난 4월 9일자 조선일보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지면에, ‘눈대중’이라는 말모이로 독자가 사랑하는 우리말 작품이 실리면서 부천작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작가의 작업실은 아침저녁으로 등 대고 있던 삶의 무게중심, ‘집’이다. ‘집’ 안방과 거실, 소파와 베란다가 그녀의 가장 안락한 작업실이었다.

서 작가는, “가장 좋은 생각은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튀어나온다. 집에서 가만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생각이 솟아오르면 메모한다. 반려식물이 있는 베란다에서도 꽃을 보면서 메모한다. 지난 20년간 메모한 수첩이 30권이 넘는다. 부족하니 무조건 메모한다.”며 작가 자신을 키운 8할은 메모라고 말한다.

▲ 일려번호가 적혀있는 30권의 메모장

문학개론서가 나열되어있는 책장을 보여주며 작가는 말했다. “책은 만져만 봐도 반은 읽은 셈이다. 요즘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루한 줄 몰랐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라며 은근히 기죽을 줄 알았던 작가의 세계는 뜻밖에 소박했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포스트잇, 30권의 메모장, 쌓여있는 책, 작가의 집념과 고뇌는 절대 소박하지 않다.

▲ 반려식물과 내면의 대화

서 작가는 오늘도 반려식물이 있는 베란다에서 대파 꽃과 내면의 대화를 나눈다. 매듭도 없이 탱탱하고 꼿꼿한 대파 꽃을 보고 있자니 마치 진도 대파밭이 우리 집으로 온 듯하다며, 글 소재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 서 작가의 깨알 메모

우리 부천에는 200명이 넘는 문학인들이 현재 각종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지적이면서 값싸고 아름다운 물건, ‘책’을 세상 어딘가에 남기기 위해 평범한 작업공간에서 글을 써나가는 우리 시 문학 작가 200여 명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