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선 문화 배달로 예술과 시민 곁 지키겠습니다

오후 5시에 알람을 맞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post it>(배은채 감독)을 본다.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창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8분짜리 영화이다. 밥보다 영화가 좋다는 아이와 영화동아리 활동이 못마땅한 엄마가 벌이는 포스트잇 전쟁이다.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지만 그래서 사람 냄새도 난다. 어릴 적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반대했던 부모님과 난 거친 말싸움을 했는데 엄마의 행동 동선 여기저기에 아이가 숨겨 놓은 포스트잇 메모가 닫혔던 엄마의 마음을 돌린다. 이 세대가 가진 영특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부천문화재단에서 배달하는 테마콘서트 중 한 편이다. 부천문화재단은 비대면 문화 서비스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인과 시민에게 문화로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 3월 30일부터 ‘동화 읽어주는 배우 옛날옛적에' 시즌 1을 시작했고 지난 4월 10일 시즌 2를 마쳤다. 현재는 3월 25일부터 시작된 테마콘서트(시민콘텐츠 다시보기)를 매일 배달 중에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자아와 성장, 가족, 생활 정보, 문학 등을 소재로 하는 테마콘서트가 그것이다. 다큐멘터리와 에세이, 1인 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들이다.

▲ 매일 배달되는 문화예술, 테마콘서트 중 하나인 <post it>의 한 장면

부천문화재단 랜선배달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외에도 ‘동화 읽어주는 배우 옛날옛적에’는 지난 방송도 볼 수 있다. 지난 2주 동안 오전 11시에 배달된 전문 배우의 구연동화이다. 한 명의 전문 배우가 여러 목소리를 내며 들려주는 구연동화라 색다르다. 유명 전래동화의 구연도 나쁘지 않지만 창작동화, 충청북도의 지역 동화를 간단한 소품으로 꾸민 인형극이 개인적으로 재미있다.

▲ '동화 읽어주는 배우 옛날옛적에' 중 꼬마 펭귄과 아기 눈사람 동화

우리 세대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재앙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보이지 않는 적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우리 모두가 하고 있다. 보이지 않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위기에 놓인 인간을 예술은 늘 위로해 왔다. 실제 면대면으로 보고 듣고 만지지 못해도 집안으로 배달되는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로 위로를 받아보자.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이들에게는 ‘동화 읽어주는 배우 옛날옛적에’를 어른들에게는 ‘테마콘서트(시민콘텐츠 다시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아이들과 우울한 가정칩거를 계속하고 있다면 잠시 전문 배우들이 들려주는 구연동화의 늪에, 아마추어들이 만든 단편 영상 속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 하루 두 번 배달되는 문화예술 '테마콘서트' 4월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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