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외국인 등록 아동에게 누리과정 보육료를 3월부터 지원한다.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은 2013년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소득과 무관하게 어린이집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거주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아동은 이 지원에서 제외되었다. 즉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동들은 이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육이념’을 말하는 영유아보육법 제3조 3항은 ‘영유아는 자신이나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인종 및 출생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보육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독립된 인격체로 보호받고 교육의 발달할 권리가 있다.

2년 전쯤 김해 원룸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 이들은 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세 아동 5명이었다. 외국인 부모가 아이들을 두고 일을 나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 공간에 모여 있던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고려인 3세 아이들이 “불이야”라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해 대피를 못해 참변을 당했다.

한국에 일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3D 직종에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간다. 늦은 퇴근과 주말에도 작업이 있는 경우가 많아 가정에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집 안에서 방치되기 일쑤이다. 이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문한다. 왜 한국인이 아닌 이들에게 이런 장치가 필요하냐고? 한국인을 구하지 못한 직종에서 그 필요 노동력을 묵묵히 감당하며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들의 자녀에게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혜택’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인권’이라는 측면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출산과 양육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다. 이주노동자들을 하나의 노동력으로서만이 아니라 그들 또한 같은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다음달 3월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은 「부천시 외국인 아동 및 다문화 가족 지원조례」를 근거로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의 아동들에게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아이와 보호자(아이행복카드 발급 명의자)가 부천에 체류해야 하고 외국인등록증과 외국인등록사실증명 등 제출서류 발급이 가능해야 한다. 자세한 상담은 각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지원센터, 어린이집에서 하면 된다.

▲ 몽골어, 베트남어, 중국어로 번역된 외국아동 보육료 지원 내용

부천시는 지난 3년간의 노력 끝에 2019년 12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았다. 아동친화도시는 말 그대로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이다. 유엔(UN) 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하며 18세 미만 아동이 생존·보호·발달·참여권 등 4대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도시를 유니세프가 인증해주는 것으로 전국에서 42개 도시 중의 하나가 부천인 것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참여, 아동 친화적 법체계, 아동권리 전담기구, 아동 관련 예산 확보,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 등 아동친화도시 10가지 원칙이 있다. 이번에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도 아동 친화적 법체계,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 등에 해당 될 것이다.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지극한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