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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다(飛上)
부천시청  |  moran201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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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7  13: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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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가구 중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자는 많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질환이 만성화되어 누군가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웃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때 즈음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제가 만난 김훈남(가명)씨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 자해 흔적으로 가득 차있던 20대 청년
김훈남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떤 기자의 다급한 연락 때문이었습니다.

“동네에 어떤 청년이 가족을 폭행하고, 주민들을 무섭게 하고 있어요.”

벨을 누르자 키 큰 청년이 문을 열어줬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꾸벅 인사하며 엄마와 함께 거실에 앉았습니다. 김훈남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엄마와 사례관리사를 번갈아 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눈빛은 다소 거칠었지만 사례관리사의 질문에 그동안 쌓여있던 울분을 토해내듯 답했습니다. 김훈남씨가 말하는 호소는 대부분 누군가로부터 받은 피해였습니다. 또한, 분노 조절이 안 될 때마다 자해를 한다고 하며 양쪽 팔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자국을 보여줬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때렸어요. 예전에 치료를 받았던 치료진들도 흉기로 저를 위협했었죠. 원하시면 어깨 상처 보여드리죠. 예전에 상담했었던 복지사도 저를 때렸었어요. 아 그거 아시려나?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마다 돈을 다 못 받았어요. 다 합치면 몇백 될걸요?”

경찰, 가족, 지역사회 유관기관 확인 결과 김훈남씨의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김훈남씨의 공격성으로 피해를 입은 건 김훈남씨의 어머니였으며 가족들은 김훈남씨의 행동과 거짓 주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 안에 cctv를 설치해 놓을 정도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나오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김훈남씨가 나에게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누군가와도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머릿속에 남들에게 받은 피해로 가득 차 있는 저 청년은 지금까지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가족, 지역사회에서도 버거워했던 문제아
지적장애, 충동 조절 등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으로 김훈남씨는 부모로부터 온정적인 양육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아동·청소년기에 지적장애 관련 시설, 청소년 집단, 특수 교육 등을 받았었으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성적도 낮았으며 잦은 사고를 일으켜 부모, 교사가 버거워하고 개입에 한계를 느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과거 도움을 주었던 부천시 지역사회기관에서도 개입 후 크게 효과가 없었고, 공격성에 키가 크고 체격이 우람하여 혼자 만나서는 안 되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해석되어 있었습니다.

회복을 향한 첫 번째 도약, 칭찬과 정서적 지지를 통한 신뢰관계 형성
‘김훈남씨와 어떻게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김훈남씨의 강점을 찾아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니) ‘말쑥한 외모’, ‘큰 키와 우람한 덩치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와우, 키가 정말 크시네요! 웃는 모습이 보기 좋으세요!”
“취업 준비를 혼자 하세요? 훌륭하시네요!”
“지금까지 많이 힘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칭찬과 좋은 말보다는 부정적 피드백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힘든 감정을 다뤄주고, 관심 가져주는 이들은 많지 않으며 가족들은 평생을 함께해 지쳐 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칭찬? 정서적 지지? 단순하고 별거 아닐지라도 우리가 만나는 대상자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이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습니다. 김훈남씨와의 신뢰 관계 형성은 의외로 단순했으며 긍정적 멘트와 정서적 지지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회복을 향한 두 번째 도약,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
김훈남씨의 피해의식, 분노조절, 지적 수준, 자해 행동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진료가 시급했습니다. 김훈남씨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득 끝에 정신건강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전문의 진료와 심리검사 결과 피해망상이 심하며, 조현병 진단이 나왔습니다.

자해와 타해의 위험성이 높아 입원 치료가 시급했습니다. 김훈남씨와 가족은 입원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두려움이 있음을 충분히 지지했고, 김훈남씨는 나이가 젊어 잠재성이 높음을 어필했습니다. 무엇보다 김훈남씨는 본인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도움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저소득층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김훈남씨 가족분들께 소액의 진료비 지원을 통해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김훈남씨는 초반에 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힘들어했지만 약물 치료, 스트레스 환경과의 분리,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서서히 호전되는 모습이 눈에 띄게 관찰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날카로웠던 눈빛도 어느새 선한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양쪽 팔에 선명했던 자해 흔적들에 새살이 돋아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편해졌어요. 화났을 때 팔을 긋고 싶은 게 줄어들었어요.”

실제 김훈남씨의 인터뷰 멘트입니다.

치료 과정에서의 가장 큰 역할, 가족
김훈남씨는 3개월 후 퇴원했습니다. 치료와 재활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김훈남씨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처음 뵈었을 때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무기력해 보였고, 아들의 정신적 어려움에 대처하기보다 불안하고, 우울해 보였습니다. 김훈남씨의 어머니는 김훈남씨와 함께 정신과 병원을 다니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우울감 완화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기억에 아들은 항상 화를 잘 내고, 사고를 치는 말썽쟁이였지만 치료를 받음으로써 어머니와 대화도 가능하고, 엄마의 보디가드가 되어줄 수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두 눈으로 목격한 김훈남씨 엄마는 사례관리사와 치료진의 상담에 보다 적극적인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김훈남씨와 꼬박꼬박 월 2회 통원치료를 다녔고, 병원에서 진행되는 가족 교육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가정에서의 약물 관리와 김훈남씨 기분 및 행동 변화에 대해 메모하고, 치료진, 담당 사례관리사와 공유하는 건강한 보호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조현병과 더불어 살아가기
병원 치료 후 김훈남씨가 갖고 있던 문제들은 호전되었지만 아직 젊고, 과업이 많은 20대 젊은 청년이 집에만 있기는 너무 아까웠고, 외부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김훈남씨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싶었고, 노래도 부르고, 운동도 하고, 여느 20대 청년처럼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부천 지역에 있는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에 문을 두드렸고, 초기상담과 적응 기간을 통해 정식 회원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요법 시간이 가장 좋아요. 정국이 형이랑 가장 친해요.”

초반에는 역시나 다른 회원들에게 경계심이 있고,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본인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적응해가며 경계는 풀어졌고, 현재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브이’ 하며 사진을 찍거나 서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해주고, 다함께 해야 하는 활동들을 도와주는 등 어느새 그 집단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관에서 성실하고, 자기관리가 잘 되는 우수회원 상도 받았습니다. 김훈남씨의 어머니는 이러한 김훈남씨의 변화와 다른 정신질환자들의 아픔을 돕고자 자조 모임에 규칙적으로 참여 중이며 간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 등 적극적이고, 건강한 보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김훈남씨가 치료를 받음으로써 타인에 대한 경계나 피해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거짓말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위와 같은 생각이 본인의 증상인 것을 인식하고, 최대한 자신의 삶에 방해받지 않도록 다스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 무표정일 때는 인상이 무서워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했었던 김훈남씨...
이제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회구성원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외모도, 생각도, 마음도 훈훈한 김훈남씨~!
당신과 함께한 10개월이 즐거웠습니다.
회복을 향한 당신의 도약을 응원합니다.

심곡동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조유리 통합사례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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