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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다역곡동 주민들이 뭉쳐 ‘역곡 두더지 통신’ 발간
이주희 시민기자(주부)  |  passionior@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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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0  09: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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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책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걸린 시간은 약 5개월이다. 마을의 고유지명이나 특징을 살려 제호를 붙여 펴내는 마을신문은 이미 여러 곳에서 발행되고 있다. 그러나 마을의 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역곡동 주민들이 낸 '역곡 두더지 통신' 이다.

    역곡동 주민들은 지난 7월 ‘뜰안에 작은나무도서관’에서 첫 모임을 갖고 역곡동 마을만의 색깔이 담긴 잡지를 만들어 보자는 기획 회의를 했다. 그리고 11월 20일, 역곡 1.2.3동 주민들이 뭉쳐 새로운 형태로 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 ‘역곡 두더지 통신’이 나왔다. 처음에는 마을 잡지를 기획했으나 정기간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을 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네 구석구석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으로 캐내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저마다의 굴 안에 틀어박힌 두더지처럼 자기 집(굴) 이외에는 마을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자신과 이웃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마을사람들이 굴 밖으로 나와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냈던 역곡이라는 마을에 대해 수다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가칭 ‘공동주거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 청년과 대학생들도 두더지 통신을 만드는데 일조 했다.

    현대인들은 자기만의 굴(공간) 속에서 이웃과 관계도, 소통도 없이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 간의 벽과 경계를 허물어 소통의 통로를 모색하고자 시작한 것이 바로 마을 책 ‘역곡 두더지통신’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 1부 두더지 굴 안에서, 2부 굴 밖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 3부 두더지들의 수다회 등 총 157쪽으로 엮어졌다.

    마을 책 만들기는 부천문화재단의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 사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속도를 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것이 글쓰기와 사진촬영이었다. 그래서 글쓰기와 사진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관련 강의를 들었다. “겁나고 주저주저했던 글쓰기였지만 강의를 듣고 매주 정기모임을 통해 쓴 글을 서로가 합평하는 자리를 가지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사진촬영 기법 역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니 평소 셔터만 꾹꾹 눌렀던 단순함을 벗어나 이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되었다.”고 김이민경 씨(27)는 말한다.

    이수진 씨(45)는 “처음 책을 만들기로 기획을 했을 때만 해도 의욕에 차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정말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 설렘도 함께 했던 게 사실” 이란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골목의 상점들을 관심있게 보면서 색깔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2년 째 한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근래엔 24시간 문을 열고 있는 김윤곤 약사를 만났다. 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길고양이들을 데려다 키우며 이제는 고양이를 하숙 시키는 박한겨레 씨도 만났다. 가톨릭대학교 농사소모임 농락 대표 정성목 씨를 만나 스펙보다 삶의 스토리를 듣는 시간을 갖는 등 마을사람들과 밀착 인터뷰를 했다.

    역곡 두더지통신은 총 300권을 발행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민센터와 뜰안에작은도서관, 홀씨도서관 그리고 역곡북부시장 내 고객지원센터 등에 비치했다. 책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김이민경 씨는 충주가 고향으로 부천에 살며 대학을 다녔다. 학교만 졸업하면 서울로 뜨기로 마음 먹었다. 그럭저럭 7년을 살다보니 사람들이 좋고 사는 동네에 정이 들어 이제는 역곡이 ‘살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마음 맞는 청년들과 제철 채소와 생선을 구입해 저렴하게 건강식을 제공하는 ‘반찬모임’을 꾸려 역곡 북부시장 내 고객편의센터에서 행사를 열기도 한다. 덕분에 재료를 구입하고 행사를 치르며 시장 사람들과 친분이 쌓이고 많이 가까워졌다.

     “사실 역곡은 애매한 동네죠. 구역상 부천은 맞지만 어찌 보면 부천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경계지점. 그래서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도 있어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있는 게 더 많은 곳이죠. 코앞이 전철역, 집 뒤에 산, 사통팔달 교통망, 접근이 용이한 전통시장과 도서관, 대학병원 그리고 초.중.고.대학까지 두루 갖춘 이런 구도는 아마 강남에도 없을 걸요?”라며 최은희(41)씨는 역곡 동네의 좋은 점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역곡 거주 13년 차의 원용희(49)씨는 ‘돈을 위해 건강을 해치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라면이 김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틈틈이 책을 읽으며 책속에서 찾은 좋은 구절을 손님들과 나누는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두더지통신 인터뷰 속에는 그의 서비스 정신과 인생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이번에 마을 책이 나오면서 우리 마을에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으니 평생 살아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책 만들기에 많은 공을 들인 나성화 씨에게 역곡 두더지통신 2호 발행 시기를 묻자 “이번 주에 다 같이 영화데이트를 한 후,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만들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 건 분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용기는 덤으로 생겼단다. 할 수 있다면 다음엔 부천 전역을 대상으로 따뜻한 이야기, 색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캐내어 조금은 다른 빛깔로 스토리를 입혀 종이가 아깝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20대 청년들과 40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책을 만들면서 세대차 같은 건 못 느꼈단다. 오히려 서로가 자극이 됐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책이 나온 것도 큰 기쁨이지만 책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았고 마을에 대한 애정도 더욱 각별해졌다.

    한편 역곡북부시장 상인회에서는 이미 시장의 일상사를 담은 ‘덤’이라는 잡지를 연중 발행해 오고 있다. 역곡동 전역에서는 지금 분명 바람이 불고 있다. 따뜻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런 바람. 역곡을 역동적인 마을로 만들어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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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뜰안에 작은나무 도서관에서 책 발간 축하 공연에서

      ▲ 뜰안에 작은나무 도서관에서 책 발간 축하 공연 장면  
    ▲ 뜰안에 작은나무 도서관에서 책 발간 축하 공연에서

    글 : 이주희 시민기자(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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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열
    역곡동의 '두더지 통신'과 지역 주민들의 활동은 정주의식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기사가 훈훈한 우리의 삶인 듯 합니다.
    (2014-01-17 09:51:10)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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