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시립 동화도서관

이민 짐 컨테이너에 실려갔던 책 + 36년간 모아온 책=상당한 책들.
…을 근무하던 학교, 단체, 이 분 저 분에게 다 나누어 드리고 딱 필요한 것 몇 권을 가져왔는데 한국에 오니 너무도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그것이 참으로 문제이다. 인문학강의를 듣고 또는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 이 책만은 꼭 읽어야 한다는 책들이 너무도 많다.

친구들이 한 권 두 권 자신의 저서나 기념집을 보내오고,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들, ‘이거였어.’ 하는 책을 야금야금 사서 저 구석 이 구석 놓아 두다 보니 또다시 책들은 자기들을 제대로 취급해 달라고 아우성에 돌입했다. 이때 딸이 내 소유욕에 처방전을 내민다.
“엄마, 여기 부천엔 도서관이 많아.”

과연 그랬다. 그리고 여기서 빌렸던 책 저 도서관으로 가져다 줘도 된단다. 그뿐이냐? 반납일이 언제더라 갸우뚱하는 내겐 전날 핸폰 메시지로 깔끔하게 예고해주는 그들의 일이 착한 귀신 같기만 하다.

두 권을 돌려주러 갔다. 현관의 크고 작은 신발들을 보고 와! 추운데도 어린이랑 엄마들이 많이 왔네!!! 신발 벗어놓을 자리가 없네! 겨우 빈 자리 신발장에 밀어 넣고 걸어 들어가니 바닥에 앉아 혼자 읽는 아이, 성우처럼 그러나 속삭이듯 읽어주는 엄마, 책상에 앉아 점잖게 읽는 아이, 컴퓨터 앞에 있는 고등학생….

두 권을 돌려주고, 두 권을 대출받아 나오는데 현관은 아까보다 더 난리다. 뒤집힌 어느 신발을 바로 잡고는 엎드린 김에 시끄러운 신발들 제대로 짝들을 찾아 앞을 향해 돌려놓고 있는데 마침 서너 살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젊은 엄마, 얼른 합류한다. 잠깐 사이에 발 디딜 틈이 없던 현관은 넓어지고, 그 많던 신발들이 얌전해지고.

나와서 돌아보니 어머나! 이 곳은 부천시립동화도서관. 동화도서관이 다 있네!!!!
그런데도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 장편소설을 빌린 것. 그러니까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이나 형제들을 배려해 도서를 더 확충해 놓은 것임을 그제야 알았다.

부천에는 시냇물이 흐르는 구불구불 오솔길도 많고 거기 냇가에서도 문득 작은 도서실이 발견된다. 물론 큰 공원에 도서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백화점에서 책을 읽으며 아내나 엄마의 장보기를 기다리는 남자나 아이들 모습 보는 건 보통이다. 그 정경을 볼 때마다 난 괜히 감동에 빠진다. 새삼스레 옛날이 생각나서이다.

1956년 중학교 2학년 때, 종로 수송동에 가면 소설 책 빌려주는 가게들이 많았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빌려가 읽었는지 책들은 헐었고 냄새도 났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가난했던 우리는 방과 후 거기 가서 <몬테 크리스트백작>, <레 미제라블>….그리고 김내성의 <마인>을 빌려와 밤새 읽었었다. 유불란 탐정의 활약은 학교생활의 큰 활력소, 셜록 홈즈나 포와르를 몰랐던 그 시절의 영웅이었다.

다른 도시가 어떤지, 부천에 유난히 도서관이 많은지 그건 모르지만 집에서 가까운 동화도서관에 갈 때마다 또 서점들에 들릴 때마다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 아이들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다. 과학자가 되든 의사가 되든, 정치가가 되든 유투버가 되든 그 길에서 성공하려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것은 이미 입증된 팩트. 도서관이 많은 부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