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부천

상세검색
복사골이야기우리동네 희망일기
가족에게 버려진 하늘아래..
부천시청  |  peachisland@korea.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2.17  13:46:0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김치랑 쌀 좀 주세요...”
혹한이 계속되며 유난히도 추웠던 작년 겨울, 80세의 남자 노인 한분이 주민센터에 찾아오셔서 어색한 모습에 떨리는 목소리로 김치와 쌀 좀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상담을 해보니 주소지는 서울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주민센터 근처에 있는 공장의 창고에서 홀로 지내고 계셨습니다.


공장 창고에 사는 노인

공장은 2년 전까지 어르신이 일했던 곳으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운영난을 겪게 되자 폐업하여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곳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서울 집에서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해왔지만 월급을 못 받게 되자 돈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공장에서 쓸쓸이 혼자 지내온 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공장을 방문해보니 할아버지가 지내는 곳은 직원들이 잠깐씩 들어와서 쉬기도 하고 물건을 적재하는 공간으로, 바닥에 난방시설이 되지 않았고 싱크대나 주방시설도 없었습니다. 작은 난로와 전기장판에 의지해 몸을 녹이며 전기 쿠커로 밥을 해 드시고, 식은 밥은 다음 끼니에 물에 데워서 드시고 계셨습니다. 기초연금 16만원이 수입의 전부라서 겨우겨우 연명하면서 혈압약 사먹는 것조차 힘들어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두컴컴한 공장의 창고에서 홀로 외로이 지내고 계셨습니다.


가족들에게 버려진 쓸쓸한 노년

평생을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렸는데, 수입이 없어지자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진 할아버지는 인생이 허망하고 배신감이 들어 우울 증세와 함께 자살을 계획할 정도로 삶이 처참히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세상을 헛 살았어. 이제는 그만 세상을 끝내고 정말 죽고만 싶어."
상담 내내 할아버지는 죽음과 관련한 언급을 많이 하며 실제로 수면제도 한통 가득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장에서 죽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 눈이랑 콩팥 같은 장기는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죽은 몸도 기증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배우자도 있고 자녀도 다섯이나 되며 자식들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큰 사업체도 운영하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았지만, 배우자와 자녀들 모두 할아버지를 외면하고 방치하였습니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자녀들을 학대하지도 않았고 외도나 도박, 음주문제도 없었으며 오히려 80살이 다 되도록 일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가족들의 외면과 방치로 혼자서 공장 창고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의 상황이 상식적으로 아무리 따져 봐도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부부 사이야 사이가 나쁘면 그럴 수 있다 생각되지만 자녀들까지 모두 할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용돈 한 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처제들이 형부 편에서 항변하여 할아버지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집에서 쫓겨나 못 들어갈 때도 경찰에 신고를 해 준 것 또한 처제들이었습니다. 친언니지만 언니가 너무 나쁜 사람이고 거짓말로 조카들도 구워삶아 언니 얘기만 믿고 있다며, 형부가 너무 불쌍하다고 계속해서 할아버지를 두둔하고 도와달라고 하소연하였습니다.


불쌍한 할아버지를 찾아간 사례관리

일단 할아버지는 기초생활 해결, 건강관리 등의 도움이 시급한 복지사각지대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한 노인학대 조사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주소지가 서울시로 되어 있다 보니 모든 서비스 진행에 걸림돌이 되어, 자살 예방관리와 건강관리를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보건소 등과의 서비스연계가 되지 않았고 쌀이나 후원물품 등 이웃돕기 물품을 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전입신고를 위해 공장 사업주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여 사업주의 동의로 전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한동안 복용을 멈췄던 혈압약을 다시 복용할 수 있도록 부천성모병원에 의료비 지원을 연계하였고, 심한 우울감과 자살사고로 인해 정신건강 상담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주민센터에서 전기밥솥과 전자렌지를 지원해주어 식사를 편하게 해서 드실 수 있도록 하였고, 밑반찬과 쌀도 이웃돕기 물품으로 지원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복지협의체에서는 월세보증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100만원을 후원해주어 이사를 대비해 통장에 보관중이며, 그 외에도 기업체와 교회의 정기후원금을 연계하여 기초생활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할아버지의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례관리 진행하면서 할아버지의 배우자 및 자녀들과도 접촉을 시도하여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기초연금 16만원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니 자녀들에게 10만원씩만이라도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모두 거절하였고, 돌봐주지 않을 거면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신청할 수 있게 배우자에게 이혼을 안내하였지만 미혼 자녀가 있어 자녀들 결혼에 걸림돌이 된다며 그 또한 거절하였습니다. 가족들 모두 부양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돌아가시더라도 연락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도 노인학대 피해자로 보고 가족들에게 부양의무가 있음을 피력하지만 모두 거부하였고, 실질적인 가족기능이 해체되었다 판단하여 수급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과정을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자살사고가 있는 할아버지의 자살예방 상담을 진행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처음에는 매번 사례관리사가 병원에 동행하였지만 지금은 예약날짜를 달력에 적어놓고 혼자서도 잘 다니시며 약도 잘 챙겨드시고 계십니다.

컴컴한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지기 때문에 복지관에서 식사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할아버지에게 외부활동을 독려하였고, 처음에는 가지 않겠다고 거부하셔서 복지관에서 공장으로 직접 찾아가 적응하도록 도움을 드렸습니다. 주3회 밑반찬도 전달하며 말벗서비스를 하면서 마음을 살펴드리자 할아버지가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의 끝에도 희망은 있다

요즘 할아버지는 매일 노인복지관을 다니시며 경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시고 운동 프로그램도 신청하여 다니고 계십니다.

“친구가 50명이야,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 안해.”
복지관에 가면 50여명의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어 기분도 너무 좋고 왕복으로 걸어 다니면서 다리운동도 한다며, 컴컴한 방에 혼자 있지 않아 죽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고 합니다.

나몰라하는 가족들이 여전히 야속하지만, 밤늦게까지 그동안 일만 하느라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를 하지 않아 서로 골이 깊어진 지난 세월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친구도 많이 생기고, 주민센터나 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신경써주는 마음을 알기에 외롭지 않고 든든하다고 합니다.

“내가 무슨 복으로 선생님을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은혜를 어찌 갚을지..... 세상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선생님을 만나 다시 살고 있어요.”

사례관리자는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앞으로 지낼 집도 구해야 하고 수급자로 선정되기까지 아직 신경 쓸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안색이 편안해진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버려져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노년에 가족에게 버려져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할아버지에게 지역의 이웃과 사례관리가 함께 하면서, 절망감뿐이었던 공장의 창고 구석에 따뜻한 온기가 깃들어 다시 희망의 꽃을 피웠습니다.

사례관리는 절망 속에 힘겨워 하는 분들에 마음을 다시 살리고 그들이 다시 살아갈 의지가 생기도록 손을 잡아드립니다.

복지정책과 사례관리팀 김금숙 통합사례관리사

  이미지  
 

부천시청의 다른기사 보기  
생생부천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뉴스
부천툰
영상뉴스
  • 부천시, 최근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출범!
  • 7월 1일, 광역동 시행...10개 행정복지센터, 28개 주민지원센터 체제
  • 부천 대장동 일원,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2만 세대 공급
  • 부천시, 전국 최초 <어르신 전용 세무민원실> 신설‧운영
칼럼
봉사활동은 나를 살찌우는 자양분

봉사활동은 나를 살찌우는 자양분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같이 끔찍한 사건들이 ...
트위터 고시공 정책백서 페이스북 소셜허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