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여. 이곳 저곳이 다 제삿날이여” (연극 ‘짬뽕’의 마지막 대사) 은행잎이 분분히 떨어지는 가을밤, 미세먼지로 외출 자제를 경고 받았지만 소극장 '가치' 입구에는 연극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표를 사고 지하로 내려가니 이미 객석은 관객으로 가득차 있었고 곧 통로까지 빈틈없이 채워졌다.

지하철 7호선 춘의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소극장 '가치' 의 4번째 정기공연인 연극 ‘짬뽕’ 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중국집 ‘춘래원’ 식구들이 역사의 현장에 던져지듯 빨려들어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을 섞어 풀어낸다. 부천 민예총과 부천 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공연은 이미 지난 10일, 11일에 공연했고, 오는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3시와 6시 두차례 공연한다.

연극이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인 직장인 극단 '가치'는 연극을 통해 단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관객들에게 좋은 연극을 보여줌으로써 건전한 연극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좋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한마음으로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며,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극단 '가치'의 단원들은 연극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무언가 배울것이 있고 희열이 있기에 계속 할수 있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고군분투한 단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신덕칠 극단대표는 매년 2회의 정기공연과 크고 작은 무료공연, 연극수업, 가치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사회와도 소통하고자 한다. '가치' 창단자이기도 한 신대표는 20여년간 희극공연을 해왔으며, 2002년 근로자연극제 최우수연기상, 2012년 근로자연극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또한 희곡 ‘쨍하고 해뜰날’ ‘소사동 산 45번지’ 등을 집필했으며, 연출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연기나 공연에 대해 관심있는 분에게 극단 '가치'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한 장의 포스터 안에는 많은 이들의 열정과 낭만이 녹아있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슬프고 따뜻한 연극 한 편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