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공연창작소’지원 창작극 2편- <산타클라라>,<보고 또 보고>

연극은 영화와는 또 다른 현장의 맛이 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맛이 연극 마니아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연극을 인구 8만의 소도시에서 만들고 소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극단이 연극의 시나리오부터 제작, 소비까지 다 책임지기에는 그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이런 열악함 속에서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을 창작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부천문화재단은 '부천 공연창작소' 신작 작품 공모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극단 믈뫼의 ‘산타클라라’와 극단 원미동 사람들의 ‘보고 또 보고’ 2편이 선정되었다.

이 작품들은 극작-제작-초연-유통까지 부천시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 부천 출생의 연극들이 마침내 지난 6월 30일, 7월 7일 시민회관에서 부천시민들을 만났다. 부천출생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열악한 공연예술 환경에서 우수공연 콘텐츠를 확보하고 창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연극이라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무료공연 150여석의 좌석은 예매 신청에서 승리한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 <보고 또 보고> 출연진 무대인사 모습

필자가 관람한 ‘보고 또 보고’는 프랑스 작가 ‘기욤 멜라니(Guillaume Melanie)’의 ‘완전한 시각(Plein La Vue)’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시각장애인과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딸의 약점을 이용해 집 안의 그림과 값비싼 것들을 팔아 치우는 아버지, 아내를 늘 속이기 급급한 바람난 남편 등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마 더 편할 환경에서 여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생활을 한다. 그러나 어느날 비밀리에 각막 이식수술을 받는다. 꿈에도 그리던 시각을 회복한 그녀지만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에 차라리 다시 눈을 감고 싶어 한다.

90분 동안 대단한 흡입력으로, 화려한 무대 세트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은 연극은 아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살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부녀지간의 문제들, 부부 사이의 문제들을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하면서 좀 더 현실에서 리얼하게 부딪히는 것으로 묘사한 것에 공감이 갔다. 누구나의 인생이 그렇듯이 다 그만큼의 고민과 무게는 있는 것이니깐.

부천의 문화사업을 주도하고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은 '놀라운 오케스트라', '부천시민문화예술아카데미', '학습공동체 지원사업 컬쳐스터디 숲' 등의 문화예술 교육과 '표현하라, 청년예술가 S',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문학활동지원 사업 '부천신인문학상', 생활문화예술지원사업 '키위(키움+we)', 부천생활문화페스티벌 '다락 多樂', 다채로운 세상, 아름다운 변화 '부천다양성 다다(多多)' 등의 문화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문화는 도시를 살릴 수 있고, 도시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수준 높은 문화의 향유 선택을 누리고 싶은 호모컬처럴쿠스의 본능적 DNA가 우리 몸속에 흐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문화가 가지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굳이 떠들지 않더라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리라. 지난해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된 부천이 이런 문화를 통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도시로 발전에 발전을 더해가길 바란다.

부천문화재단 32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