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의 기능과 역할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마을’이 마을로서의 옛 기능을 찾고 마을 구성원 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마을축제’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을 만큼 많은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런 한국식 마을축제가 필리핀에도 떴다. 부천시의 내놓으라는 마을축제 관계자들과 마을축제에 열정을 가진 NGO 활동가들이 필리핀 타클로반시 블리스에서 도서관 활용을 위한 축제를 겸한 마을축제를 벌인 것이다.

▲ 블리스 마을축제 음식 부스 모습

잭과 콩나무, 꼽이 청소년 심야식당, 청개구리 밥차, 새롬가정지원센터, 부천YWCA, 부천가온, 송내동 청소년문화의 집 등 7 단체가 지난 4월 9일부터 13일까지 ‘I love peace’라는 주제로 학생 및 마을주민 등 3백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축제를 개최했다. 종교적 색채가 주를 이루는 필리핀에서 도서, 놀이, 팬시, 음식, 스포츠 부스 등 5개의 부스를 학교 내와 마을 골목길에 열어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더불어 어울리고 즐기는 주민 눈높이에 맞는 특별한 마을축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 블리스 마을축제 중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모습

특히 2013년 하이옌 태풍으로 초토화되어 ‘죽음의 도시’로 불렸던 이 지역에서 부천시의 NGO 단체들에 의해 필리핀에는 생소한 한국식의 마을축제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직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필리핀이기에 주민 스스로 만들고 나누고 즐기는 축제의 반응은 뜨거웠다. 모든 부스가 많은 호응을 받았고 새로운 축제 문화 충격을 즐기는 현장이었지만 특히 한류의 바람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요리 부스의 ‘김치교실’은 참여자들의 성원에 예정에 없던 오후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하여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한국의 김치를 한국에서 가져가 재료가 아닌 필리핀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로 한국의 김치의 맛을 내고 그 만드는 법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한 것이다.

▲ 블리스 마을축제 도서 부스 모습

“정말 신기하다. 책을 가지고 이렇게 활용해서 아이들 교육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축제 준비과정에서부터 이 마을축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많은 협조를 해주었던 블리스 초등학교 교장의 축제 후 소감이다. 우리에게는 흔한 종이접기, 나만의 책 만들기, 조각보 그림을 이어 큰 대형 그림을 만들어내는 활동 등이 필리핀 현지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에게 책을 활용한 교육에 대한 좋은 자극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 블리스 마을축제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김치교실' 모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을 활용한 교육과 그런 교육을 하나의 마을축제로 연결해내는 축제문화의 힘이 우리 안에서만 아니라, 그 힘을 필요로 하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도 높은 효용 가치를 가지고 나누어지기를 희망한다. 필리핀 블리스 마을에서 32명의 부천의 NGO 활동가들이 단지 하나의 한국식 ‘마을축제’만을 치루고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필리핀 한 마을에서 ‘더불어 같이’라는 강한 전파력의 홀씨 하나를 그들 마음 속에 흩뿌리고 왔을 것이다. 그 홀씨의 생명력이 또 다른 자리에서 더 크게 뿌리 내릴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을 통해 본다. 내가 나눌 수 있는 세계가 생각만큼 그렇게 좁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