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이란 제3세계의 농민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여 해당 국가의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 운동이다. 즉 후려친 덤핑가격이 아닌 제 값을 주고 물건을 구매해서 물건을 생산하는 이들도 정당한 이윤을 챙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 혹은 당연히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혹독한 시장경제 내에서 제3세계의 농민들은 그들이 생산한 농작물에 대해 최저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천시는 지난해 12월 정당한 노동에 대한 보상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도시 비전을 선포한 후 6개월 뒤인 지난 6월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다.

▲ 중동 순복음 교회 공정무역제품 판매처 모습

세계적으로는 2천여 도시가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이며 한국에서는 최초로 부천시가 받은 것이다. 아직은 국내에 생소한 개념인 공정무역을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끌어와 조례를 만들고 전통시장과 나들가게(슈퍼마켓), 교회, 대학교를 아우르는 공급망을 형성해 새로운 한국형공정무역도시의 모델이 되고자 자처한 것이다.

오랫동안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고자 애썼던 공정무역 지지자인 필자가 공정무역 제품을 맨 처음 접했던 곳은 부천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게'에서였다. 기증, 판매, 기부의 선순환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기업에서의 공정무역 제품판매는 그다지 놀랄만한 것이 아닌 단지 새로운 물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우리 동네의 자그마한 슈퍼에서 판매되는 공정무역 제품을 보는 필자의 기분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다른 제품들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입맛을 유혹하는 특별한 첨가물을 최대한 가미하지 않은 눈에 익지 않은 제품을 이런 곳에서까지 팔다니... 반가운 마음에 슈퍼 주인에게 얼마나 판매되는지 넌지시 물어보니 그냥 씩 웃는다.

작은 실천이지만 공정무역 인증제품을 구매한다면 제3세계 농민과 가족의 지속 가능한 삶을 지원할 수 있고, 더불어 그 제품의 안전성, 윤리성, 신뢰성을 담보 받을 수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이며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기에 쉽게 포기 할 수 없듯이 '최저 가격' 또한 제3세계 농민들에게는 그들과 그들의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지켜줘야 할 마지노선이다.

부천시는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위해 지난 5월 공정무역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역곡상상시장과 상동시장, 자유시장 등 전통시장 3곳, 나들가게 15곳, 아름다운 가게, 생협, 교회, 백화점 등을 비롯해 104곳에서 공정무역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부천시 공무원노조의 공정무역의 날 공정무역 바나나 판매 모습(부천시청 사진 제공)

▲ 역곡상상시장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부천시청 안의 카페 '뜨락'에서도 공정무역 인증 원두만을 사용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 5월 부천시 공무원노조는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시청 로비에서 공정무역 바나나를 판매하기도 했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의 하나인 작은 도시이지만 이 도시가 내딛는 발걸음이 결코 작지 않다. 문화의 도시 부천의 또 다른 이름, 공정무역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