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가 짬이 없다. 밀려드는 손님과 그들을 향한 안부와 건상상태를 여쭙고 근처병원 점심시간 안내까지 해 주시니 인터뷰를 할 새가 없다. 부천 역곡에 위치한 바른손약국의 모습이다.

▲ 365일 심야약국 바른손약국

이 약국은 부천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끊임없이 손님들이 찾는 약국이다.일주일 중 토요일 자정이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를 제외하고는 8년 동안 2498일째(4월 11일 기준) 문을 열고 있는 심야약국이기 때문이다. 약국에 오면 보통 20분은 기다린다는 손님들의 투정에도 이 약국의 약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보를 주고 상담까지 하기에 바쁘다.

이 약국에는 며칠 전부터 새로운 사진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지난 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NC대 SK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한 김유곤 약사의 모습이다. 으레 잘 나가는 유명 연예인들만 하는 걸로 알고 있는 프로야구 시구를 부천의 평범한 약사가 한 것이다. SK구단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새로운 컨셉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을 시구 무대에 세우고 싶어 했고 그 무대의 주인공이 김유곤 약사가 된 것이다.

▲ 지난 7일 SK홈경기에서 프로야구 시구모습

2010년 6월 19일부터 지금까지 365일 약국 점포 내 침상에서 쪽잠을 자며 응급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김유곤 약사의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바른손약국은 나 홀로 약국으로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이지만 김유곤 약사는 약국에 있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시구연습을 한 결과 멋진 시구무대를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선사했다.

김유곤 약사에게 365일 심야약국은 약사라는 직업정신과 종교적인 소명감이 아우러져 있다. “저도 피곤해요, 피곤한 게 당연하잖아요. 어제도 새벽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거의 잠을 못 잤어요. 그래도 나 한 사람이 피곤하고 다른 많은 사람이 유익하면 그걸 기쁘게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인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평균 40~50명 정도, 새벽 1시 이후부터 평균 5~10명 정도가 찾아온다는 약국. 누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감하지만 선뜻 내가 감당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소위 말하는 ‘돈 안 되는 짓’이기 때문이다.

▲ 김유곤 약사

“손주들이 인천에서 왔는데 갑자기 열이 나고 구토를 해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이 약국으로 달려와서 응급상황을 모면한 적도 있어요. 다급할 때 언제든지 와도 되니 저 같은 주민들은 든든하죠.” 이 약국의 단골 정민솔(역곡) 어르신의 말이다.

편의점에서도 약을 팔고 24시간 대형 병원의 응급실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약을 찾아 약국을 다닌다.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질병들을 편리하고 간단하게 치료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우리는 약국에 약을 사러 가기도 하지만 이 약을 통해 내가 나을 것이라는, 좀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 또한 사고 싶다. 건물에서 쫓겨나지만 않는다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김유곤 약사의 말에서 그 믿음을 진정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른손약국 : 부천시 경인로536번길 20 /  032-343-4217

복사골기자  정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