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에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었는데, 만약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 집 문을 밀치고 들어갔었더라면 귀중한 생명을 한 사람 더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끔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지난 2월 25일 새벽5시를 막 넘긴 시각. 부천시 도당동 모 빌라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발화지점에 거주하던 주인 최모씨(남. 37세)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 도당동 화재현장(부천소방서제공)

 당시 같은 빌라 2층에 거주하며 호형호제하고 지내던 홍이성씨(남. 47세. 자영업)는 소란스런 문밖소리에 잠이 깨었고, 맞은편 집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하고, 가족들을 1층으로 내려 보낸 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윗층으로 올라가 한 창 잠에 취해 있을 이웃들의 문을 두드리며 옥상으로 피신할 것을 외쳤다.
 

▲ 화재현장(부천소방서제공)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을 급박한 상황에서 펼쳐진 그의 희생정신으로 3,4층 4가구 20여 명이 옥상으로 무사히 대피하여 화마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고, 옥상까지 불과 7개의 계단을 앞에 두고 쓰러진 홍이성씨는 유독가스를 마신 후유증으로 일주일간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 SBS뉴스의 한 장면

그랬던 그가 몸이 회복되면서 든 생각은 ‘좀 더 침착하게 행동했더라면 최소한의 희생조차도 없지 않았을까?’하는 회한이다. 마주하고 있는 8가구가 함께 옥상 공사를 하고, 바닥공사를 하며 가족같이 지냈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을 겪다보니 집이 전소되거나 반소되어 그 중 절반은 어디 월세라도 얻거나 친척집으로 흩어졌고, 나머지 절반은 어쩌지도 못하고 시커멓게 그을린 집으로 들어가 생활하고 있는 걸보니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한다.
당시의 상흔이 사라지기엔 눈앞에 있는 현실이 처참해, 홍이성씨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데 일조하고도 의인(義人)이라 불리 우는 것이 불편하단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쩌겠습니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그것이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을...”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방 한 칸짜리 거처에서 비록 한시적으로만 머물러야 하는 처지이지만, 반소된 집이 수리완료 될 때는 집집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고 인화물질을 최대한 차단시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간단한 답변이 돌아온다. “같은 상황이면 본능적으로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다만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